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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n 18. 2023

<초보 농사꾼의 하루>동반(同伴) 작물

- 귀농 첫해에 겪은 열세번째 이야기

  “비닐하우스에는 어떤 작물을 심을 건가요? 5백평이나 되는 노지밭은 어떻게 만들 거예요?”

  2023년 1월 신반장과 산채마을에 있는 1765카페에 들렸다가, 김대표님과 마주쳤다. 전년도 수확이 끝난 뒤 김대표님이 신반장과 내가 경작할 밭의 임대를 주선해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작물들을 심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비닐하우스에는 대추방울토마토를 심을 계획이에요. 노지 밭에는 고추와 감자를 주 작물로 생각하고 있고요. 그 이외에 어떤 작물을 심을 지 고민중이지요.”

  내가 경작하고 싶은 작물들에 대해 간단히 공유해주었다. 

  “밭의 위치나 전년도에 어떤 작물을 심었는 지에 따라서 적정한 작물을 선택해야 해요.”

  김대표님은 밭에 심을 작물 디자인을 위해 조언을 해주었다. 밭의 위치에 따라 물 빠짐이나 햇빛이 비치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감안해서 작물을 선정하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가급적 전년도에 심었던 작물을 연작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단다. 


  2023년에는 초보 농사꾼으로서 몇몇 작물을 친환경 농법으로 지어 보기로 결정하였다. 주 작물인 토마토, 고추, 감자는 각각 1백평씩 재배할 생각이었다. 임대한 땅이 5백평정도 되다 보니까, 이들 주 작물이외에 다른 작물도 고민해야 했다. 나머지 밭에는 가족이 먹고 싶은 농산물들을 중심으로 심어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임대한 밭에 심을 작물 디자인을 고민하다 보니까, ‘동반(同伴) 작물’이라는 개념이 눈에 띄었다. 동반작물은 서로의 생육을 도와주거나 해충을 방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들을 일컫는다. 예컨대 감자 옆에 고수를 심으면, 고수가 내뿜는 특유의 향 때문에 해충이 가까이 오지 않는 효과가 있다. 땅콩과 같은 콩류는 질소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당근이나 딸기 같은 작물들에게 질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도 서로 잘 맞는 사람이 있는데, 식물도 그렇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주요 작물 주변에는 동반작물을 심기로 했다. 고추 옆에는 들깨와 고수를 심고, 감자 옆에는 강낭콩과 땅콩을 정식할 계획이다. 어느 정도 작물 배치 작업의 설계작업이 마무리된 후, 각 작물들을 얼마나 심어야 할 지 계산해봐야 했다. 토마토, 고추, 감자는 1백평씩 정식하기로 이미 결정하면서, 1백평의 크기에 맞는 모종과 씨감자 수를 계산할 수 있었다. 나머지 작물들은 나와 가족이 먹을 적정한 양, 밭의 여유 정도 등을 감안해서 필요한 모종 수를 산정하였다. 내가 육묘장이 없어서 둔내면 종묘사에서 모종들을 사야 했고, 육묘 기간을 감안해서 미리 주문해야 했다. 

  기본적인 밭 디자인 작업이 끝난 후, 주요 3개 작물을 비롯한 각 작물들을 언제 정식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각 작물들의 모종을 정식하기에 적합한 기후조건이 되는 시기에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먼저 토마토, 고추, 감자 3가지의 정식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야 부근에 심을 다른 작물들을 정식할 위치와 규모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때 설계작업을 먼저 하듯이, 작물을 재배할 때도 밭의 규모에 맞춰서 정밀한 설계작업이 필요했다.


  약간 추운 날씨에도 잘 견디는 감자부터 4월 22일 정식작업을 시작했다. 씨감자가 많이 남아서 100평 가량을 더 심었다. 감자 옆에는 강낭콩과 땅콩을 한 이랑 심고, 그 옆에는 대파, 양파, 상추 등 엽채류를 채워 나갔다. 정신없이 정식작업을 진행하다 보니까 어느 덧 5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농사 첫해에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원하면서, 모든 작물의 정식을 마무리했다. 초보 농부로서 출발점에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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