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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07. 2023

<초보 농사꾼의 하루>국궁 클럽과 이장님

- 귀농 첫해에 겪은 스물 한번째 이야기

  “딱! 딱! 딱!”

  화살이 과녁을 맞힐 때마다 나는 소리였다. 과녁은 활을 쏘는 곳에서 150미터 떨어진 위치에 설치되어 있었다. 나지막한 야산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어서, 나무들이 6월의 푸르름을 뽐내고 있는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반대쪽은 넓은 밭이어서 확 트여 있었다. 활쏘는 위치에서 과녁을 바라보면, 멀리 펼쳐져 있는 산들이 아름다운 배경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채마을 뒤편에 만들어진 활터에는 여러 명의 마을 사람들이 진지하게 활을 겨누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흰옷을 입고 있어서, 정규 대회를 방불케 했다. 7명씩 3개 팀으로 나누어 팀별 대항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산채마을 국궁 클럽(청태정)의 월례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부님과 사두님인 이장님이 같이 심판을 보고 있었다. 국궁에서 사두님은 이 클럽의 회장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장님은 사부님의 제자이기도 한데, 활을 잡은 지 7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장님이 활을 쏘는 자세는 안정되어 있고, 과녁을 쉽게 맞힌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기에서는 먼저 한 팀의 구성원들이 사대(射臺)에 늘어서서, 각자 화살 5발씩을 쏜다. 다음 팀도 같은 방식으로 시합에 임한다. 이렇게 각 팀이 돌아가면서, 구성원별 5발씩 3회에 걸쳐서 쏘게 된다. 결국 각 구성원별로 총 15발을 쏘게 되는 셈이다. 구성원들이 과녁을 명중시킨 횟수를 합해서, 많이 맞히는 팀이 이기게 된다. 

  나는 3기 교육생들과 같이 교육생팀으로 활을 잡았다. 나를 포함한 교육생들은 입문한지 몇 달 안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클럽에서 가장 활을 잘 쏘는 사람들로 구성된 A팀이 우승할 줄 알았다. 처음부터 이변이 일어났다. 교육생팀이 첫번째 5발을 쏘면서부터 월등하게 앞서 나간 것이다. 교육생들은 과녁에 명중시킬 때마다 하이 파이브를 하면서 분위기를 돋워 나갔다. 결국 교육생팀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국궁 클럽에는 산채마을에 사는 사람만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횡성군 우천면이나 안흥면에 사는 사람도 같이 즐긴다. 회원 숫자도 40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국궁 클럽이 작게는 산채마을의 사랑방이고, 넓게는 횡성군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산채마을에는 국궁 클럽뿐 아니라 이장님 주도로 밴드반도 운영되고 있다. 이장님은 베이스 기타를 잘 치고, 노래도 수준급이었다. 그래서 수년동안 산채마을뿐 아니라 둔내면, 넓게는 다른 면에서 사는 분들도 정기적으로 모여서 밴드 연습을 하고 있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문화이겠지만, 농촌에서 살면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이다. 


  강원도는 자연환경이 빼어나다 보니까, 귀촌인들이 마을 주민의 60~80%를 차지하고 있다. 농사를 짓고 있는 대부분의 농부들은 강원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았던 토착 주민들이다. 그러다 보니까 귀촌인들과 농부들 사이에서 갈등이 왕왕 발생하기도 한다. 농기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불편함을 줄 때도 있고, 마을 청소나 마을 잔치 같은 전체 이벤트에 대한 참여도도 차이가 있다. 

  이곳 산채마을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을 공동 협동조합인 산채마을 카페/펜션이 있어서,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거기에 국궁 클럽, 밴드반 등이 마을 사람들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산채마을에서 매년 진행하고 있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이주하고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각자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는 일반적인 농촌하고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진 동네이다. 한마디로 순간 순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술이 몇 순배 돌면서, 저녁 바비큐 파티에 같이 참석했던 마을 사람들이 취해갔다. 나도 막걸리 몇 잔을 마셔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내 옆자리에는 마을 이장님이 앉아 있었다. 주거니 받거니 서로 몇 잔을 주고받은 후였다. 이장님이 술 자리를 좋아하셔서, 여러 차례 같이 술을 마셨다.

  “저는 이장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장님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장님은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교육생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교육생들은 대부분 50대, 60대이지만, 30대, 40대도 있다.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이들이 산채마을에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장님 자신이 귀촌인이라는 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농촌에서 살아보기’ 교육생들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었다. 그 분도 25년전쯤 산채마을로 귀촌을 하셨을 때, 당시 이장이었던 김대표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단다. 이제는 이장님이 되어서, 귀농 귀촌을 꿈꾸는 교육생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였다. 인생 2막을 고민하고 있는 교육생들의 삶에 큰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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