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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05. 2023

<초보 농사꾼의 하루>애완견 키우기

- 귀농 첫해에 겪은 스물 여섯번째 이야기

  눈을 떠보니까 시계바늘이 아침 5시를 막 지나가고 있었다.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 입으려니까, 거실에서 자고 있던 심바가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왔다. 얼마전에 신반장 부부가 입양해온 검은 털의 리트리버였다. 아직 조그마한 강아지여서 귀엽기도 하고, 사람도 잘 따랐다.

  나는 술을 마시는 날이면, 신반장 집에서 잠을 자곤 했다. 원주에 있는 집에 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반장 부부 다음으로 심바를 자주보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심바는 내가 방문할 때면, 꼬리를 쉴 새없이 흔들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심바에게 밥을 주고는 목줄을 채워서 산책을 나섰다. 다른 개들과 마찬가지로 심바도 산책가는 것을 좋아했다. 농촌에서 봄철에 개를 데리고 산책할 때는, 제초제가 묻은 풀밭을 피해야 한다. 자칫 개가 이 풀을 뜯어먹으면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심바를 데리고 산책한 2023년 5월 중순경에는, 논밭의 가장자리에 자라는 잡초를 죽이기 위해서 제초제를 많이 살포하는 시기였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논밭이 별로 없는 전원주택 단지로 향했다. 

  심바도 처음 가는 길이어서 그런지, 포장된 아스팔트 길위에 있는 모든 것들의 냄새를 맡았다. 마치 모든 사물을 기억하고 싶은 듯했다. 솔방울 같이 길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툭툭 치면서 장난감 삼아서 놀기도 했다. 그런 심바를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전원주택으로 이사오면 애완견을 키우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란 나는 앞마당에서 키우던 개와 장난을 치곤 했었다. 밖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였다. 도시의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개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지만, 내 머리속에서 애완견은 친근한 친구로 인식되어 있었다. 

  요즘은 아파트에서도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아파트의 구조상 대부분 집안에서 개를 키운다. 신반장 부부도 역시 심바를 집안에서 키웠다. 사람과 같은 생활공간에서 키우게 되면, 목욕도 자주 시켜야 하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하게 돌봐줘야 한다. 자칫 같이 사는 사람의 건강에 해가 되기 때문이다. 똥오줌 가리는 훈련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털빠지는 시기에는 청소도 자주 해줘야 한다. 더군다나 집안에 개의 특유한 냄새가 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집안에서 개를 키우면 여러가지로 불편하지 않아? 그냥 마당에서 키우는 것이 좋지 않니?”

  어렸을 때부터 마당에서 개를 키우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신반장에게 물어봤다. 

  “아직 어린 강아지를 외부에서 키우면 건강에 안 좋다고 하네요. 더군다나 아주 먼 다른 지역에서 입양되어온 친구라서 이곳 환경에 적응도 안되어 있고요.”

  개를 아끼는 신반장 부부를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이들은 심바를 가족으로 인식하기에 더욱 그러했다. 

  “집안에서 키우는 애완견이 외부에서 키우는 것에 비해서 오래 산대요. 그만큼 집안이 개가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겠지요.”

  신반장은 심바를 계속 집안에서 키울 생각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리트리버는 애완견 중에서도 큰 개에 속한다. 몸이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심바도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다른 종류의 어른 개보다 더 커졌다. 산채마을에서 지내는 쵸코보다 몸집이 더 커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반장과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임대한 밭이 있는 산채마을로 향했다. 산채마을 주차장에서 트럭으로 갈아타고 노지 밭으로 향했다. 내가 승용차를 주차하고 트럭으로 옮겨 탈 때, 쵸코가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왔다. 

  쵸코는 자그마한 몸집에 검은 털을 가진 개였다. 어른 나이로 치면 60대에 접어든 노견(老犬)이었다. 심바와 다르게 쵸코는 집 앞마당에서 키우고 있었다. 목줄도 없이 자유롭게 동네를 돌아다니곤 했다. 쵸코뿐 아니라 산채마을에서 자라는 다른 집의 개들이 동네를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쵸코가 집밖으로 나가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산채마을에는 카페, 펜션 등 여러 개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넓은 곳이어서, 굳이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하루 종일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산채마을에는 카페에 오는 손님들뿐 아니라 ‘농촌에서 살아보기’ 교육생들, 산채마을 뒤편에 있는 국궁장에 드나드는 마을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쵸코를 사랑해주었다. 

  쵸코는 천둥치면서 비오는 것을 무서워하였다. 그런 날이면 벌벌 떨면서 사람들 옆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이때는 김대표님이 쵸코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재우곤 했다. 하지만 이런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외부에서 잠을 잤다. 그런 쵸코는 항상 자유로워 보였다. 이런 저런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하루를 재밌게 보내는 것 같았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농촌에서는 개를 키우는 집이 많다. 이곳 둔내에서도 개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대부분 집앞 마당에 묶어 놓고 키웠다. 특히 농사를 짓거나 외부활동이 많은 사람들은 외부에서 개를 키우는 것 같았다. 집안에서 키우면, 매번 돌봐줘야 하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개 털이 많이 빠지거나 냄새가 나는 것은 괜찮아요. 그런데 여행을 못가는 것이 유일한 불편한 점이라고 할 수 있죠.”

  신반장 부부는 집을 비우기 어렵다는 것이 큰 불편함이라고 했다. 개와 같이 여행을 가지 않으면, 이웃집에 맡기거나 하루 이틀 사이에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귀촌한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가기 때문에, 애완견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다. 

  나도 역시 서울에 자주 왔다 갔다 하는 탓에 애완견을 키우기 어려울 듯하다. 아내도 애완견을 키우고 싶어 하지만, 이런 어려움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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