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Feb 07. 2022

<스물 네번째 이야기> 마귀의 집과 장혀 가공

  본격적으로 눈이 쌓이는 겨울로 가기 위해, 하늘이 채비를 하는 것 같다. 12월 중순 어느 날 아침, 거실 창문의 커튼을 걷으니까 부실부실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을 챙겨 들고 학교로 향하였다. 학교 가는 길에 올려다 보이는 건너편 산은, 잿빛 구름을 잔뜩 덮고 있었다. 평창에 온 후로, 가장 찌뿌린 날씨였다. 굉장히 어둡고 화가 난 모습이었다. 하루 종일 비를 쏟아내면서, 화풀이를 할 모양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났을까?


  학교 가는 길가에 있는 조그마한 집의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흘러나왔다. 하얀 연기가 회색빛 구름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마치 화난 엄마를 진정시키려고, 아기 구름이 엄마의 치마폭으로 달려들어서 귀여움을 떠는 것 같았다. 자연의 모습이 너무 커 보인다. 

  마침 이 집 옆에 있는 나뭇 가지들이 미친 사람의 머리처럼 산발을 하고 있었다. 무척 스산한 모습이었다. 잔뜩 흐린 하늘 사이로 굴뚝에서 나오는 흰 연기와 산발을 한 나무까지, 마치 옛날 동화책에 나오는 마귀의 집을 떠올리게 했다. 


  평상시 보기 힘든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까, 어느 덧 한옥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꾸물꾸물한 날씨만 되면,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있는 가보다. 이날은 우리 선생님도 그 중 한명처럼 보였다.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2교시가 되어서야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맞배집에 들어갈 장혀를 가공하자고 하신다. 장혀는 기둥에 끼워지는, 도리의 바로 밑에 놓이는 도리받침 부재이다. 도리에 비해 폭이 좁지만, 도리와 함께 서까래의 하중을 분담한다. 

  장혀를 만들기 위해서는, 1차와 2차 가공을 해야 한다. 1차 가공은 기둥에 끼울 부분을 만드는 것이고, 2차는 도리가 앉을 자리를 둥글게 파내는 것이다. 

  장혀가 기둥에 끼워질 부분을 주먹장 형태로 만드는데, 도리의 양쪽 끝부분을 가공한다. 장혀의 양끝이 기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4각 기둥에 보와 장혀, 도리와 만나는 부분을 가공해놓은 표본이다. 맨 위 둥근 모양 위에 도리가 얹혀지게 되고, 그 밑에 주먹장 모양으로 끼워지는 곳에 장혀가 들어온다. 


  우리의 맞배집에 필요한 장혀의 길이는 2가지 종류이고, 총 6개의 장혀가 필요하다. 300센티짜리 4개와 360센티짜리 2개이다. 따라서 치목해놓은 나무를 2가지 길이로 잘라내야 한다. 그러나 가공의 1단계인 주먹장을 먼저 만든 후에, 적합한 길이로 잘라내는 것이 더 수월하게 작업을 하는 순서이다. 

  주먹장을 파내기 위해서는 사선으로 톱질을 해야 하는데, 톱질할 뒷부분에 여유분의 나무가 있어야 톱질하기 수월하다. 그런 다음에 끌로 주먹장 모양으로 파낸다. 대략 파내야 할 부분을 파내면, 밀 끌로 거친 부분을 부드럽게 다듬어주면 된다. 이때 사선으로 파내야 할 부분의 깊이는 치수보다 약간 깊어도 괜찮다. 어차피 기둥에 끼워지게 되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단계 작업의 마지막 순서로, 필요한 길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톱으로 잘라내면 된다. 


  장혀의 1단계 가공이 끝나면, 2단계 작업으로 들어간다. 2단계는 도리가 앉을 부분을 도리의 모양에 맞게 둥글게 파내는 작업이다. 이때는 둥글게 파낼 수 있도록, 둥그런 모양의 날을 홈 대패에 장착하고 깎아내면 된다. 둥근 날의 홈 대패로 장혀의 양쪽 면을 깎아내는 것이다. 그러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홈이 생긴다. 그리고 난 후, 보통의 날을 가진 홈 대패로 도리의 곡선 깊이에 맞게 가운데 부분을 파낸다. 아래 그림의 보에 직각으로 끼워져 있는 장혀가 보인다. 

  

  둥근 홈을 파내는 작업을 홈 대패로 간단히 해결하니까, 장혀의 2차 가공도 의외로 손쉽게 끝났다. 덕분에 청소까지 하고 나서도, 여전히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자 용현 사진작가가 단체사진을 찍자고 제안하였다. 휴가중인 용섭이만 빼고 모두 포즈를 취했다. 


  그런데 바깥 날씨가 우중충해서 인가? 배경도, 동료들의 옷도 모두 우중충해 보인다. 마스크를 쓰고 눈만 내놓고 찍어서 그런지, 얼굴의 표정도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 사진이었다. 아침부터 수업이 끝날 때까지 우중충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 날이었다. 아침에는 자연 풍경이, 오후에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래서 자연의 힘이 위대한 건가? 사람의 감정을 하루종일 잡고, 놓아주질 않는구나. 


작가의 이전글 <스물 세번째 이야기> 아내의 숙제와 보아지 만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