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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r 12. 2022

<서른 세번째 이야기> 주심도리와 ‘불멍’

  이곳 평창은 1년중 1월이 제일 춥다고 한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래서 강원도를 주무대로 하고 있는 한옥 목수들도 겨울에는 작업을 할 수 없어서, 농한기나 다름없단다. 추운 겨울에 작업을 하는 것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서 인지, 20년이 넘게 목수생활을 한 우리 선생님도 추위에는 약했다. 외부 실습장에 짓고 있는 맞배집의 조립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인데도, 나가서 작업하는 것을 꺼려했다. 물론 학생들이 추운 날씨에 작업하다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날 기온은 영하 20도보다 더 떨어진 것 같다. 아마도 평창에 온 이후로 가장 추운 날이라고 생각한다. 내일이 더 춥고, 다음 주도 계속 영하 15도 전후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춥더라고 야외 맞배집 실습장에서 주심도리를 올리기로 하였다.  주심도리를 올리기 전에, 나비목이 들어갈 자리를 가공해야 한다. 나비목은 서로 맞닿은 2개의 도리를 묶어서 움직이지 않게 해주는 나비모양의 작은 부재이다. 주심도리에서 숭어턱의 뒷부분에, 나비목이 들어갈 자리를 파주면 된다. 


  애초에 나비목 작업을 마무리하고, 야외실습장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날이 워낙 추워서, 선생님이 당초 계획과 다르게 실내수업으로 대체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일연이 내일은 더 춥고 다음 주도 만만치 않으니까, 오늘 도리를 걸자는 의견을 냈다. 그 말에 선생님의 마음이 다시 바뀌어서, 지게차로 도리를 야외실습장으로 날랐다. 

  야외 맞배집에서 주심도리를 기둥의 도리자리에 끼워 보니까, 잘 맞물리지 않았다. 그래서 도리를 굴려서 대들보 위에 잠시 올려놓은 다음, 전동 톱과 끌로 필요한 가공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도리 하나 하나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추가로 가공한 후, 제자리에 올려놓는 작업을 반복하였다. 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꽤 흘렀다.

  해발 650미터 지점에 위치한 야외 실습장은 바람이 불어도 가려주는 것이 없어서, 체감온도를 더욱 떨어뜨렸다. 가만히 서있으면 입이 얼어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수준이었다. 동료들은 발을 동동거리거나 입김으로 손을 불어서, 추위를 녹여냈다. 더디게 진행되었던 주심도리 올리는 작업이 마무리되자마자,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실내 실습장의 난로 곁으로 돌아왔다. 


  목탄난로에 참나무를 몽땅 집어넣고, 잠시 ‘불멍’에 빠져들었다. 반나절을 추위에 떨었기 때문인가? 난로불의 따뜻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지면서, 굳었던 몸의 긴장이 풀렸다. 그렇게 몇 십 분이 지난 뒤에야, 뜨거운 목탄난로 안에서 따닥 따닥 소리를 내면서 타고 있는 참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목탄난로 안에 들어오기 까지, 이 참나무들도 자신들의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불태워서 재로 만들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도 참나무와 비슷한 것 아닐까? 결국 사람도 자신을 태우면서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고, 마지막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자연의 섭리대로 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어떤 인생 스토리를 만드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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