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일곱번째 이야기> 한옥의 아름다운 조각, 물익공

by 유진

한옥학교에 입학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이곳 평창이 한국에서 제일 추운 곳 중의 하나라서 그런가? 아니면 3개월이 지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일까? 처음 입학했을 때와 비교하면, 수업시간에 대한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젊은 동료들의 수업에 대한 열정이 더 많이 식은 것 같다. 어제 용섭이가 점심시간에 갑자기 조퇴한다고 가버렸다. 원주에 가고 싶은 음식점이 있어서 가는 거란다. 용섭이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다리를 다친 후에 제대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참관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갑갑했을 것이다. 하지만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학교를 조퇴했다는 것은, 요즘 젊은 친구들의 수업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음을 나타내주는 것 같았다.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나를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아침에 등교를 하고 있었다. 엊그제가 보름이어서, 보름달보다 약간 작지만 둥근 달에 가까운 달을 볼 수 있었다. 달이 동쪽으로 지고 있는데, 바로 밑에서 해가 막 얼굴을 내밀려고 빨간 그림자가 비쳐 올랐다. 하얀 둥근 달과 빨간 아침 해가 교차하는 그림이 멋있었다. 울적한 생각에 젖어있던 내 마음을, 해와 달이 함께 응원해주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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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사모정에 들어갈 물익공을 만들었다. 물익공은 창방의 양쪽 끝에 새 날개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부재이다. 창방은 한옥집에서 기둥머리를 좌우로 연결하는 부재이다. 주심포 계통의 집이나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장혀를 쓰고, 큰 규모의 다포집에서는 평방이나 창방을 써서 하중을 기둥에 전달한다. 이때 창방 위에는 장혀와 도리가 얹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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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익공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조각할 무늬 모양과 같은 형태로 종이 박스 같은 곳에 그리고, 이것을 부자재에 대고 밑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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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 전동 톱으로 무늬 모양을 대략적으로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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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밑그림대로 대략적으로 톱질을 하고 나서, 끌을 가지고 정교하게 조각을 하고 다듬으면 대략적인 겉모습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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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익공은 사모정 바깥쪽에서 잘 보이기 때문에, 무늬모양을 예쁘게 조각해야 한다. 전체 윤곽선을 확실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깊게 파내면서도 곡선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물익공 가공작업에는 대목수들이 가지고 있는 끌이 아니라 소목수들이 쓰는 끌이 많이 필요했다. 종철이가 마침 음식할 때 쓰던 조각도를 가져와 이것을 활용할 수 있어서 그래도 나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 분야의 전문가에게 의뢰를 한단다. 대목수들의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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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물익공 가공에 이어 오늘은 창방을 받을장과 넣을장으로 구분해서, 서로 묶여질 수 있도록 주먹장을 만들었다. 현장에서 작업할 때는 물익공 부분을 따로 만들지 않고, 창방작업을 하는 같은 원목으로 물익공 가공까지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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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목 일에 대한 경험도 일천하고 그다지 잘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치목 작업 등 다른 작업에 비해서 물익공의 조각작업에 대한 몰입도가 높았고 재미있었다. 앞으로 나무를 조각하는 소목 부분에 대해서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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