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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pr 02. 2022

<한옥 대목반> 첫번째 회식

- 대목과정의 첫번째 퇴고 버전: 세번째 이야기

그동안 한옥학교 생활에 대해 써왔던 글들을, 퇴고를 위해 다시 다듬어서 연재 형태로 올려본다. 몇번의 퇴고과정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완성된 글이 나올 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글의 완성도가 높아지기를 바라면서 써 내려가본다. 


  첫 회식의 메뉴는 삼겹살이었다. 이재현 선생님의 소개로 간 삼겹살 집은 이웃마을인 평창군 대화면에 있는 허름한 식당이었다. 평창군이 코로나 청정지역이어서 그런지, 손님이 많았다. 우리는 방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예약을 해놓아서 그런지, 나란히 펼쳐진 3개의 상위에 이미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역시 시골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찬 인심이 후했다. 배추김치, 파김치 등 다양한 김치들뿐 아니라, 고사리, 명이나물 등 각종 제철 나물들이 한 상 가득히 놓여 있었다. 김치 종류만 한 두개 놓여있는 도시 밥상과 비교가 되었다. 

  반찬들이 맛있어서 그런지, 동료들은 삼겹살이 구워지기도 전에 반찬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날은 내가 위스키 2병을 준비해왔다. 제일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38기 동료들의 회장으로 추대되어서, 그 의무감(?)때문에 준비한 것이다. 우리들의 첫 회식을 재미있는 추억으로 만들고 싶기도 했다. 

  소주가 아닌 위스키로 시작해서 인가? 젊은 친구들도 술잔을 입에서 떼지 않았다. 위스키 2병으로 목을 축이면서, 동료들 사이의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우리들은 자리를 옮겨 가면서, 서로에게 술 한잔씩을 따라주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잘 부탁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였다. 

  한 두잔씩 마시고 난 후, 우리는 선생님에게 건배사를 요청했다. 이재현 선생님은 평생을 목수로 산 분이어서, 말재주가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6개월동안 다치는 사람 없이 건강하게 과정을 마무리하자는 바램을 전하는 것으로, 건배사를 대신하였다. 선생님의 건배사가 간단히 끝나자, 누군가가 회장인 나에게 건배사를 요청했다. 나는 회사에서의 술자리와 같이, 웃어른이나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예절을 따지는 경직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싫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동료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6개월동안 우리끼리의 추억을 잘 만들어보자.’는 짧은 건배사를 하고 난 후, 막내인 이정원에게 다음 건배사를 요청했다. 그것이 분위기를 살리기에 좋을 듯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이 길지 않았던 탓인가? 정원이는 건배사를 준비하는 동안 취해버리고 말았다. 


  술자리에 가면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꼭 있다. 이들은 술자리에서 겉돌기 마련이다. 그날 회식에서도 술을 안마시고, 오로지 삼겹살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친구가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해왔다는 고동선이었다. 체질적으로 몸에서 술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단다. 그래서 술 자리에 오면, 안주만 축내고 간단다. 그렇지 않아도 그날 삼겹살을 4~5인분 먹은 것 같다. 조용한 성격이어서 그런지 질문하는 것에만 답을 할 뿐, 동료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유망한 분야인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하다가 왜 한옥학교에 왔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첫번째 회식에서 심각한 이야기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이 질문은 다음에 하기로 했다.  

  우리는 30대에서 50대까지 나이대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오히려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격이 활달해 보였다. 소주가 여러 순배 돌면서, 우리는 마치 만난 지 오래된 동료들처럼 되어갔다. 만난 지 며칠 안 된 사람들끼리 가까워지는 데는, 역시 술이 특효약인 것 같다. 술을 마신 탓도 있지만, 처음부터 우리들의 케미는 그 이상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우리의 첫 회식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술자리답지 않게, 다들 거나하게 취한 채로 끝났다. 


  앞으로 6개월동안의 과정을 즐겁게 지내려면, 대목반 38기 동료들간의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첫번째 회식은 우리 동료들 사이에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개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기대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뿐 아니라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38기 동료들과 6개월 동안 만들어질, 우리들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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