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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pr 05. 2022

<서른 여덟번째 이야기> 세대차이

  날씨가 모처럼 따뜻하게 풀리면서, 외부 실습장의 맞배집 조립작업을 진행하였다. 동자주, 종장혀, 종도리를 보 위에 올리는 작업이었다. 3층 높이에서 이뤄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3층 비계를 추가로 설치하였다. 

  며칠 전에 동자주 4개중 2개만 올렸는데, 오늘은 나머지 2개도 약간의 손질을 해서 보위에 올렸다. 그리고 나서 동자주와 동자주 사이에 장혀 3개를 올렸다. 

  장혀 위에 무거운 종도리도 올렸다. 측면에서 젊은 동료들이 도리를 올려주면, 3층 비계에 있던 일연, 종철, 정수, 그리고 내가 이것을 받아서 장혀 위에 올렸다. 이렇게 3개의 종도리까지 올리면서, 이제 맞배집 조립작업에서 남은 것은 서까래와 평고대 뿐이다. 맞배집 짓는 작업도 마무리 단계까지 온 것이다. 


  오늘 작업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젊은 동료들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조금 위험해 보이는 3층 비계에 올라간 사람들은 모두 나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젊은 동료들은 멀건이 쳐다보거나 보조적인 일만을 했다. 젊은 동료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것이 세대차이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한옥학교 대목반 10명의 동료들은 30대에서 50대까지 분포되어 있다. 우선 50대는 직업의식이 강한 편이다. 평생 직장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성실하게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믿는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간에 정성을 다해서 작업을 마무리한다. 물론 이들은 나이가 많아서 다른 젊은 친구들보다 목수로 일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는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수업에 참여하기 싫어도, 그 모습을 외적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반면 30대는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수업을 하기 싫으면 아예 난로 옆을 떠나지 않는다. 실습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해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그리고 마음이 혼란스럽거나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면, 가차없이 휴가를 사용한다. 직전에 어떤 생각이 들면,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자신의 일이 아니면 굳이 참여하거나 도와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가급적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만 머물고 싶어한다. 이들도 인생의 좌표를 다시 잡아가야 한다는 고민 때문에 나타나는 모습일까? 

   40대는 50대와 30대의 모습을 다 가지고 있다. 책임감 있게 수업에 임하고, 성실하게 실습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러한 책임감이나 성실함이 감정의 변화를 숨기기에는 역부족이다. 하기 싫으면 하기 싫은 티가 난다. 때로는 30대와 같이 과감하게 휴가를 사용하기도 하고. 이들은 30대에 비해서 인생을 더 살아서 인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자신의 개성에 맞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이미 경험을 통해서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어떤 일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 같다.   


   우리 동료들을 세대별이 아닌 과거 직업군별로 성향의 차이를 나눠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진이나 연기 등 예술분야에 있었던 친구들과 컴퓨터, 클린룸 구축 등 보다 이성적인 직업을 가졌던 친구들의 성향이 달랐다. 예술분야의 친구들은 역시 감정의 변화가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의사결정도 감정의 변화를 인정하고 따라간다. 그래서 하루 중에도 감정의 굴곡이 많이 나타나지만, 그것이 곧 그들이 예술을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반면 다른 부류의 친구들은 보다 이성적이고 차분하다. 감정의 변화가 많이 나타나지 않고, 그룹의 분위기를 잘 맞춰가려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30대나 40대의 나이가 갖는 모습도 지니고 있지만.  동료들간에 세대차이가 있든, 아니면 과거 직업 경험의 차이가 있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대목수업과 같이 협력을 해야 하는 영역에서 개인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 지에 대해 그들의 입장에서 쳐다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서로 다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동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더 나아가서는 그들과의 우정이 자랄 수 있는 여지가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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