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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pr 06. 2022

<서른 아홉번째 이야기> 사모정과 인생의 뼈대 세우기

  사모정 장귀틀(長耳機)의 받을 장과 덮을 장이 서로 잘 끼워지지 않자, 선생님은 장귀틀을 다시 분리하라고 지시하였다. 장귀틀이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동료 3~4명이 덤벼들어야 장귀틀을 분리할 수 있었다. 선생님과 몇몇 동료들은 전기 톱과 끌을 가지고, 받을 장과 덮을 장에 대한 가공작업을 추가로 진행하였다.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가, 드디어 장귀틀끼리 아귀가 맞아 들어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수가 큼지막한 나무망치로 덮을 장이 받을 장에 꽉 끼워질 때까지 내리쳤다. 

  사모정의 각 면에 한 개씩 장귀틀이 자리잡아야 하니까, 장귀틀끼리 만나는 네 군데 지점에서 서로간에 끼워 맞추는 작업을 해야 한다. 치목을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단번에 딱 맞게 끼워지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뒤틀리기 때문에, 가공해놓은 받을 장과 덮을 장이 딱 들어맞기가 어렵다. 


  사모정의 뼈대를 이루는 부재는 마루바닥의 틀을 만드는 장귀틀, 기둥, 그리고 기둥 위에서 서까래 등 지붕 부재들을 떠받치는 창방, 장혀, 주심도리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장귀틀은 사모정 하단부의 뼈대를 이루면서, 마루판을 끼울 수 있는 골격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장귀틀을 도와서 마루판을 끼우는 틀 역할을 하는 것이 동귀틀(童耳機)이다. 동귀틀은 작은 크기의 귀틀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장귀틀을 치목할 때는 장귀틀끼리 끼워질 수 있는 받을 장 혹은 덮을 장을 만들어야 되고, 동귀틀과 마루판이 끼워질 수 있는 홈을 파주어야 한다. 


  “마루판은 장귀틀과 동귀틀이 이미 조립된 상태에서 작업해야 할 텐데, 마루판 끼우기가 매우 어렵지 않나요?”

  동귀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호기심 많은 용현이가 질문을 했다. 뼈대를 이루는 장귀틀과 동귀틀을 조립하고 나면 사모정의 네 면이 모두 막히기 때문에, 마루판이 장귀틀과 동귀틀의 파여진 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자 선생님은 웃으면서 좋은 질문이라고 칭찬해주었다. 

  “그래서 동귀틀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로 제작하죠. 첫 번째 방법은 동귀틀을 아예 사선으로 배치해서 좁은 안쪽부터 작은 마루판이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작은 마루판이 들어가는 동귀틀의 윗부분은 2푼정도 폭을 좁게 만들고 아랫부분은 2푼정도 넓게 만들어서, 안쪽으로 작은 마루판이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번째 방법으로 동귀틀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두 개의 동귀틀을 만들어서, 이미 조립되어 있는 장귀틀 사이에 끼워 넣었다. 좀 더 큰 사모정에는 장귀틀 바깥 면에 변귀틀을 설치해서, 바깥쪽에도 마루판을 끼워 넣기도 한다. 이렇게 장귀틀과 동귀틀이 조립되면, 마루부분의 뼈대가 완성된 것이다.


  우리는 사모정을 실내에서 짓는 관계로 기둥을 생략했다. 그래서 며칠 전에 이미 가공해놓은 창방을, 장귀틀 위에 바로 얹어 놓았다.  


  며칠만 지나면 구정이고, 구정이 낀 주에는 10명의 동료들이 모두 휴가를 쓰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은 사모정의 조립작업을 서둘렀다. 창방을 장귀틀 위에 올려놓자 마자, 창방 위에 장혀를 얹어 놓을 때 필요한 주두와 소로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주두와 소로는 장혀가 창방 위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주두와 소로는 그 형태가 비슷해서, 소로를 접시받침이라고도 한다.

  주두는 창방의 물익공 바로 위쪽에 위치하는데 비해, 소로는 여러 개를 창방 위에 못질을 해서 고정시킨다. 주두와 소로를 만드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나이테의 방향이다. 아래 사진과 같이 장혀의 무게를 받쳐 주어야 하는 쪽으로 나이테의 안쪽 방향이 향해야 한다. 그래야 무게를 견디는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주두는 상대적으로 큰 받침대이기 때문에, 전동 톱, 전기 대패, 홈 대패, 끌 등으로 가공을 한다. 하지만 소로는 홈 대패, 큰 원형톱과 사선 절단기를 사용해서,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원형 톱과 사선 절단기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기계들을 이용해서 소로를 만들어 봤다. 

  선생님은 원형 톱과 사선 절단기를 실습하기 전에 여러 번에 걸쳐서 주의를 주었다. 원형 톱과 사선 절단기의 회전하는 속도가 빨라서, 신체의 일부가 닿기라고 하는 경우에는 그냥 잘려나가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이전 기수 중 한 학생이 이 기계 때문에 다쳐서,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학교를 그만 둔 적이 있다고 겁을 주었다. 


  주두와 소로를 고정시킨 다음에는 그 위에 장혀와 주심도리를 올릴 차례이다. 우리는 사모정에 알맞은 크기로 장혀와 주심도리를 미리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조립하는 데 그다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로써 사모정의 뼈대를 이루는 부재들의 조립이 끝났다. 

  장귀틀, 창방, 장혀, 주심도리 등 사모정에 들어가는 뼈대들이 튼튼해야만, 기와, 서까래, 추녀 등 지붕 부위에 올라가는 부재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또한 뼈대를 이루는 부재들이 서로 단단히 맞물리도록 가공해야만, 수십년 이상 견뎌낼 수 있는 내구성이 생긴다. 부재들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결합되어야, 집이 튼튼해지는 것이다. 


  여러 날에 걸쳐서 사모정의 뼈대를 치목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진행하면서, 나와 동료들의 삶의 뼈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모정의 뼈대를 이루는 부재들과 같이 튼튼한가? 그리고 각 부재들과 같이 인생의 다양한 구성요소끼리 서로 잘 맞물리면서, 좀 더 단단한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가?     

  나를 포함한 10명의 동료들은 모두 변환기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인생 스토리를 쓰고 싶어서, 한옥학교에 입학하였기 때문이다. 한옥 목수가 되기 위해서, 또는 한옥 목수라는 가능성을 탐색해보기 위해서. 다른 인생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뼈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뼈대가 튼튼하거나 구성요소들끼리 단단히 결합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만큼 동료들은 고민이 많았다.   

  아침에 걸어서 등교하는 길은 자그마한 야산을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과 비슷한 길이었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 마시면서, '한옥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갈까?'하는 고민을 하곤 했었다. 그러면서 사모정의 뼈대를 만들고 조립하는 시기에 적어놓은 구절을 있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를 고민하지만, 현재에 안주하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일이 곧 오늘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미래의 고민에 빠져든다. 

이렇게 한 생이 돌아간다. 


어느 덧 다가온 미래가 하느님의 도움이든, 자의든

희망하는 대로 오면 행복감을 느낀다. 

부정적으로 다가오면 불행하다고 한숨 짓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기 삶의 스토리인 것을, 

왜 남 탓에만 빠져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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