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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y 19. 2022

<농촌 체험하기> 나이 어린, 지각 참가자의 첫 인상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두번째 이야기

  “강원도가 좋아서 귀농을 꿈꾸며 이곳에 왔어요. 얼마 전까지 평창 한옥학교에서 한옥을 짓는 기술을 6개월 동안 배웠고, 앞으로 농사짓는 법에 대해 배우고 싶어요. 잘 부탁 드립니다.”

  횡성 산채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2기 과정의 참가자들에게 나를 처음 소개하는 날이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벌써 3주차 교육과정을 시작하고 있는데, 나는 이유가 무엇이든 이제야 지각 합류를 했다. 거기에다가 얼핏 보니까 내 나이가 어린 편인 것 같았다. 나이도 어린 사람이 지각 합류를 했으니까,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나를 소개했다.


  어제 일요일 오후에 이찬슬 사무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아침 9시까지 산채마을로 오면 된다고 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3주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는 날은 4월 18일 월요일이었다. 아침 6시쯤에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하고,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점심때 먹을 도시락까지 쌌다. 

  다른 참가자들은 산채마을에 숙소가 있어서, 각자 숙소에서 점심을 먹으면 된다. 하지만 나는 점심을 먹으러 서원주까지 올 수 없는 노릇이어서, 매번 도시락을 싸야만 한다. 아내가 샌드위치에 들어갈 둥그런 떡갈비와 달걀 후라이, 양념이 들어간 데친 버섯, 치즈 등을 다 준비해줬다. 덕분에 쉽게 샌드위치를 준비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할 때 먹을 반찬들도 아내가 이미 준비해놓아서, 식사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식사하고 설거지하고, 점심 도시락까지 준비하려니까 마음이 바빴다. 첫날이니만큼 지각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조급했다. 그렇게 아파트 주차장을 나서니까, 맑고 화창한 하늘이 나를 맞아주었다. 뭔가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서원주 아파트에서 30분정도 영동고속도로를 달려가다가, 둔내 IC에서 왕복 4차선 지방도로로 접어들었다. 그리고는 곧 왕복 2차선의 마을 도로로 10분 정도 달렸을까? 산채마을이 보였다. 나무로 지은 여러 채의 집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펜션이었다. 넓은 땅에 여기 저기 자연스러운 형태로 집들이 위치해 있었고, 바로 옆에 있는 개울에는 뒷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집들 뒤편에 있는 넓은 텃밭에는 이미 곰취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집 옆쪽에는 1천평이 넘어 보이는 넓은 감자 밭에 검은 멀칭 비닐들이 씌워져 있었다. 이미 씨감자가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펜션의 제일 안쪽에는 호밀밭이 자리잡고 있었다. 녹색의 호밀밭 한 가운데에는 파라솔과 의자 몇 개가 놓여져 있었다. 아마도 sns에 올릴 만큼 멋진 사진이 나올 수 있도록 한, 펜션 사장님의 배려인 것 같았다. 편안한 시골 펜션 정경이 처음 오는 나를 편안하게 맞아주었다. 


  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마치자, 교육에 참가중인 동료들이 자기 소개를 했다. 네 쌍의 부부와 한 명의 여자분이 참가하고 있었다. 네 쌍의 부부 중에서 한 쌍은 30대 중반의 부부였고, 나머지는 나와 5살 전후의 나이 차이가 나는 분들이었다.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하신 분이 제일 연장자였고, 공무원 생활을 하고 은퇴하신 분, 해군 대령으로 예편 하신 분도 계셨다. 대부분 귀농이나 귀촌을 계획하고 있었다. 30대의 젊은 부부는 농촌에서 유통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온 친구들이었다. 혼자 참가한 40대 전후의 여자분도 농촌에서 6차 산업 분야(관광)에 도전하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서로 소개가 끝날 즈음에 한 분이 농담조로 이야기를 했다.

  “이제 59년생부터 64년생까지 연년생들로 다 채워졌네! 하하하”

  나이 어린 사람이 교육에 지각 참가한 것을, 고깝게 볼 것이라는 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첫 만남이었다. 모두들 따뜻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사무장에게 들으니까, 2주밖에 안됐지만 참가자들이 서로 많이 친해졌단다. 그런 분위기 탓에, 늦게 참가한 나도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었다. 산채마을 자연 환경의 편안함과 교육 참가자들의 따뜻함으로 시작된 나의 첫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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