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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y 19. 2022

<농촌 체험하기>‘배려’와 ‘협력':언니네 텃밭 탐방기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세번째 이야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여성 농민회와의 만남이 나의 첫 번째 교육과정이었다. 둔내면과 가까운 곳에 있는, 여성 농민회 소속 언니네 텃밭을 방문한 것이다. 대학교 다닐 때 어렴풋이 여성 농민회에 대해서 들어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산채마을에서 40~50분은 족히 달린 것 같다. 둔내 IC와 새말 IC 중간 부분에 위치한 언니네 텃밭은 꾸불꾸불한 왕복 2차선 지방 도로를 따라 내려가야 했다. 산채마을은 해발 650미터 위치에 있는 데 비해서, 언니네 텃밭은 해발 450미터 정도에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산채마을보다 따뜻했다.

  언니네 텃밭은 자그마한 건물에 입주해 있었고, 주변은 논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언니네 텃밭은 이곳 이외에 횡성군 공근면에 하나가 더 있다.) 횡성군 언니네 텃밭의 이숙자 회장님 집이 바로 옆에 있었고, 소를 키우고 있었다. 이숙자 회장님은 나와 같은 전주가 고향이라고 해서 반가웠다. 10여년전에 횡성으로 귀농해서 더덕, 옥수수 등 많은 농작물을 심어봤지만, 실패를 많이 하면서 고생을 했단다. 스스로 ‘책으로 배운 농사’라고 할 만큼, 농업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귀농을 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한우를 60여마리 기르면서, 경제적으로 안정이 된 것 같았다. 

  언니네 텃밭 건물 바로 옆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이숙자 회장님이 이곳에 대한 소개를 했다. 언니네 텃밭은 사회적 농업기관이고, 도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농산물의 꾸러미 사업을 통해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매달 60~90꾸러미 정도를 판매하고 있고, 매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꾸러미에 들어가는 농산물은 제철 채소나 과일들이고, 조합원들이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것들이다. 공급하는 조합원들이 소비자에게 배달될 꾸러미를 직접 포장하고, 인근에 사는 장애인들도 고용해서 일을 같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니네 텃밭에서는 우리나라 농산물의 토종 씨앗들을 나눠주고 보관하면서, 전통 종자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이숙자 회장님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배려’와 ‘협동’이라는 두 단어였다. 언니네 텃밭은 2009년에 만들어져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조합원들간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조합원들이 꾸러미 매출을 더 올리고 싶은 경제적 욕구를 조절하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한다. 서로 자신의 농산물을 꾸러미로 더 많이 팔고 싶어 했단다.

  조합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조금씩 희생할 줄 알고, 협동 작업을 통해서 전체 매출 규모도 올릴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왔다고 한다.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언니네 텃밭을 운영해나갈 수 없다는 점을 조합원들이 인식하도록 해야 했단다. ‘배려’와 ‘협력’은 비단 언니네 텃밭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귀농하게 되면, 이주하는 마을 공동체에서 실행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덧 점심시간이 되어서, 언니네 텃밭의 실내 작업장에 준비된 점심식사를 가지러 갔다. 큰 접시에 6~7가지 나물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농촌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채소 반찬들이었다. 고기보다 채소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진수성찬이었다. 교육과정에 참가한 동료들은 오전에 교육을 받았던 외부의 테이블에 둘러 앉아서 식사를 했다. 오늘 처음 본 동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먹은 점심식사는 매우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우리는 마지막 순서로 단체 사진을 찰칵! 뒤에 보이는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하는 언니네 텃밭’이라는 명패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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