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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y 22. 2022

<한옥 대목반>사각형 귀틀 vs. 원형 도리

- 대목과정의 첫번째 퇴고 버전: 일곱번째 이야기

그동안 한옥학교 생활에 대해 써왔던 글들을퇴고를 위해 다시 다듬어서 연재 형태로 올려본다몇번의 퇴고과정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완성된 글이 나올    없지만그때까지 글의 완성도가 높아지기를 바라면서  내려가본다.


  얼큰한 메기 매운탕이 나오자 마자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낮에 도리를 깎으면서 흘린 땀을 보충이라도 하듯이, 우리는 매운탕과 소주를 번갈아 가며 흡입하였다. 땀을 흘리고 마시는 소주는, 목젖을 타고 넘어갈 때 쓰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서 좋다. 

  지난 주 첫 회식 이후 처음으로 동료 세 명과 집 근처 매운탕 집에 둘러 앉았다. 이 식당의 이름이 ‘산 밑에’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식당은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슬라브지붕의 단층집이다. 허술한 겉모습이 오히려 손님들로 하여금 부담 없이 발을 들이게 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매운탕 맛이 일미였다. 맛이 있어야 굳이 외따로 떨어진 이 식당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같은 조에서 맞배집에 쓸 도리를 나르고 깎느라 고생해서 그런지, 우리 사이에서는 첫 술자리의 어색함을 느낄 수 없었다. 소주 몇 순배가 돌면서, 모두들 얼굴이 불그스레해졌다. 그때 군복을 입고 멋진 회색모자를 쓰고 있던 일현이가 한마디 꺼낸다. 

  “며칠 전에 만들었던 사모정 귀틀하고, 오늘 만든 도리하고는 만드는 과정이 너무 다르지 않아? 난 도리 만드는 과정이 어려웠는데, 어땠어?”

  나이가 50대 중반에 들어선 일현은 나이 어린 다른 동료들에게 말을 놓고 지냈다. 맞은 편에 앉아서 푹 삶아진 메기의 살을 맛있게 떼어먹고 있던 종석이가 말을 이어받았다. 

  “사각형과 원형이라서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둘 다 사각형과 원형의 모습이 잘 나오도록,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것은 같지 않아요?”

  우리 동료들 중에서는 비교적 젊은 40대 중반의 나이이지만, 치목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은 실력을 가진 종석이었다. 한옥학교 대목과정을 마치고 나서, 한옥을 만드는 목수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수업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생님에게 질문도 많이 했다. 


  며칠 전에 만든 사모정의 귀틀은 정사각형 모양이고, 오늘 만든 도리는 원형이었다. 귀틀은 사모정의 마루판을 끼우기 위해서 사각형 하단부 네 개의 변에 들어가는 부재로,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설치되게 된다. 여기서 ‘귀’는 네 모서리를 뜻하고, ‘틀’은 말 그대로 사모정의 뼈대를 이루면서 동시에 마루판의 틀 역할을 의미한다.


  반면 도리는 맞배집이나 사모정의 서까래를 받치기 위해서,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부재이다. 그 위치와 역할에 따라서 주심도리, 중도리, 종도리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귀틀과 도리는 모두 사모정과 맞배집의 뼈대 역할을 하는 부재이기 때문에, 지름이 10치(30센티미터)가 넘는 굵은 원목을 깎아서 만든다. 가능하면 중간에 휘어지지 않은 직선모양의 원목을 사용하지만, 약간씩 휘어진 원목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치목을 할 때, 정사각형 모양과 원형 모양이 매끈하게 나올 수 있도록, 원목에 밑그림을 잘 그려 넣어야 한다. 


  “나는 귀틀과 도리를 깎는 과정에서 차이가 큰 것 같아. 사각형의 귀틀은 서로 직교하는 네 개의 면을 만들어야 하니까 정밀한 치목이 필요한 반면, 원형의 도리는 감각적으로 둥그렇게 다듬어야 하잖아.” 

  일현이가 종석이의 대답에 대해 다시 한번 반대 의견을 냈다. 귀틀과 같은 사각형 부재를 치목할 때, 네 면이 직각을 이루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매우 정밀한 작업을 요구한다. 한 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평평한 네 면이 서로 직각이 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각형으로 만들 귀틀은, 원목 표면에 그려진 먹선에 맞춰서 홈 대패와 전기대패로 사각형 모양을 만들어 간다. 그런 다음, 사각형의 네 면을 각각 수평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곱자로 사각형 각 면의 이곳 저곳에 대보면, 어느 부분이 튀어나오고 들어가 있는 지 알 수 있다. 평평하지 않는 면은 전기 대패를 이용해서 좀 더 정밀하게 다듬는다. 

  제일 먼저 평평하게 다듬어진 면을 기준 삼아서, 그 옆면을 직각이 되게 다듬는다. 따라서 기준면은 전체가 평평하게 잘 다듬어져 있어야 한다.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서로 다른 면과 직각이 되게 하는 동시에, 하나의 표면이 수평이 되도록 하면 사각형 모양이 나온다. 


  반면 둥근 모양의 도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리의 지름 길이와 같은 원 모양의 보조도구인 도리판을 원목의 양 끝면에 대고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원 모양이 그려지면, 다음 단계로 원 모양의 바깥쪽 부분을 깎아내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원과 바깥쪽으로 접하는 팔각형 모양을 그려서 이 모양대로 깎아내고, 이어서 십 육각형 모양으로 깎아내는 방식이다.  

도리를 팔각형이나 십 육각형으로 만드는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비슷하다. 원목의 양끝 면에 그려진 사각형을 이루는 각 면의 중앙점과 십반선의 중심점을 연결하는 선을 긋는다. 그리고 이 선과 원이 만나는 점에서, 직각이 되는 선을 그려준다. 그렇게 되면 사각형 각 면의 중앙점과 접하는 직선이 네 개 만들어지고, 네 개 직선의 양 끝점으로 여덟 개가 생긴다. 이 여덟 개의 점을 연결해서 먹선을 때리면, 목재 표면에 팔각형으로 만들 수 있는 기준선들이 만들어진다. 이 기준선에 맞게 깎아내면 팔각형 목재가 만들어진다.


  사람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장단점에 맞춰서 잘 다듬어줘야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무도 마찬가지로 부재로 사용할 목재의 성격이나 모양에 맞춰서, 잘 깎아줘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람이나 목재나 그렇게 만드는 과정에서 정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다듬는 과정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사람이나 목재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사각형의 귀틀과 원형의 도리를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단조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웠고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었다. 땀이 많이 필요했지만, 배운 것도 많다는 뜻이다. 한옥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소주 한잔을 하면서 그 행복한 경험을 반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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