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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n 06. 2022

<농촌 체험하기> 두릅 찾아 삼만리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여덟번째 이야기

  “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려는 거예요? 단체로 하는 작업을 먼저 하고, 개인적인 일은 나중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갑자기 여자 동료 한 분이 큰 소리로 남자 동료 두 명에게 핀잔을 주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씨 감자 심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던 동료들의 눈이, 이 여자 동료가 쳐다보고 있던 남자 동료 두 명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남자 동료 두 명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씨 감자 심는 도구를 챙겨 들었다. 

  이날은 오전 10시부터 씨 감자 심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감자 밭은 태기산의 7부 능선쯤에 있었기 때문에, 산채마을에서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챙겨서 감자 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과 최선생님이 태기산에 두릅나무가 많은 것 같다고 하면서, 어디에 있는 지 잠시 살펴보고 오겠단다. 막 산으로 올라가려고 하는 두 사람을 향해서, 여자 동료 한 분이 야단을 친 것이다.


  산채마을 주변에는 두릅나무가 무척 많았다. 두릅나무의 새순이 나왔을 때 이것을 따주어야, 또 다른 새순들이 올라와서 수확을 많이 할 수 있다. 두릅은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 사포닌 등의 성분이 많아서, 당뇨병, 위장병 등에 좋다고 한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거나 장아찌를 하기도 한다. 

  교장선생님과 최선생님은 워낙 두릅을 좋아해서, 요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주변 산으로 두릅을 따러 다닌다고 한다. 며칠 전에도 두 사람의 제안으로 나와 전장군님이 따라 나섰다. (전장군님은 대령으로 예편했는데, 산채마을에서 장군으로 특진시켜 준 것이다. ㅎㅎ) 태기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교장선생님이 앞장서서 산속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두릅나무를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한두 그루씩 산재해있는 두릅나무를 발견하는 대로 잎을 따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산 자락이 끝나고 밭이 나와서, 다시 산 정상 쪽으로 올라갔다. 마침내 우리가 주차해놓은 위치의 바로 밑에서, 두릅나무가 많이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팀장님이 심어놓은 두릅나무들이라고 한다.) 두릅나무에서 새순은 놓아두고 큰 잎들을 따냈다. 그런데 내가 딴 두릅나무 잎을 본 동료들이 웃으면서, 두릅은 주로 새순을 먹기도 하고 새순을 따 줘야 다른 새순들이 또 자라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두릅을 따본 경험이 없는 나는, 새순은 자라게 놓아두고 큰 잎들을 따서 먹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따온 두릅나무 잎의 양이 꽤 되었다. 이것을 동료들이 요리를 해먹을 수 있도록 나누었다. 두릅 잎은 금방 시들어 버리기 때문에, 가능하면 딴 다음에 바로 요리를 하는 것이 좋단다. 그날 나는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지만, 두릅 잎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깨끗이 씻은 다음, 일부는 팔팔 끓는 물에 데쳐보고 나머지는 찜기에도 쪄 보았다. 데친 것 보다는 찜기에 찐 두릅은 씁쓸한 맛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괜찮았다. 데치고 찐 두릅을 그릇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나중에 아내와 아들과 같이 먹을 생각이었다.


  교장선생님과 최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된 두릅사랑은 이제 모든 동료들에게로 퍼졌다. 그런데 우리의 두릅에 대한 애착의 종착점을 찍은 사건이 얼마 뒤에 발생했다. 그때는 산채마을 펜션에 개울물을 끌어들이는 작업을 도와준 우리에게, 팀장님이 삼겹살을 쏜 날이다. 마을 뒷산에서 내려오는 개울물의 일부가 산채마을의 앞뜰로 흘러 내리도록, 관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동료들은 아궁이에 불을 피우는 등 삼겹살을 구울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최선생님이 나에게로 다가와서, 도와줘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산채마을의 텃밭 옆에 자리잡고 있던 엄나무가 자라는 곳으로 데려갔다. 상당히 큰 엄나무였다. 이 엄나무를 잘라서 잎을 따서 요리해먹고, 나무줄기도 나중에 닭을 삶을 때 쓸 거란다. 엄나무가 바로 두릅중의 한 종류인 개두릅이었다. 개두릅 가지에는 가시가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엄나무를 잘라내야 하는데, 나무가 워낙 커서 전동 톱으로 잘라야만 했다. 전동 톱은 동료들 중에서 나만 사용할 수 있어서, 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삼겹살 회식을 준비하는 동안, 나와 교장선생님, 최선생님은 전동 톱으로 엄나무 가지를 하나씩 잘라나갔다. 엄나무 바깥쪽의 얇은 가지부터 시작해서, 마침내 엄나무의 두꺼운 본 줄기를 잘라냈다. 엄나무에는 가시가 많이 나있기 때문에, 모두들 조심하면서 잘라나갔다. 그렇게 잘라낸 엄나무 가지에서 엄나무 잎을 따냈다. 상당히 큰 엄나무였기 때문에, 잎도 그날 하루 만에 다 딸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틀에 걸쳐서 따낸 엄나무 잎을, 대표님을 비롯해서 동료들이 모두 나누어 가져갔다. 워낙 많은 양이었기 때문에, 동료들이 가족들과 요리를 해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나도 엄나무 잎을 가져가서 일부는 데쳐서 먹고, 나머지는 장아찌를 담가 두었다. 장아찌로 담가둔 두릅은 나중에 제주도 여행을 할 때, 구운 삼겹살의 풍미를 돋구어 주면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하였다. 

  평생 먹었던 두릅보다 많은 양의 두릅을 먹을 수 있었던 우리의 두릅 사랑은,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두릅의 잎이 너무 많이 자라서, 맛이 있는 새순이 없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주변 산을 헤매 다니면서 채취했던 두릅이었는데, 나중에는 산채마을 앞마당에서 자라던 두릅나무를 베어버리기에 이르렀다. 마을이나 산뿐 아니라 집에 있던 두릅까지 보이는 것은 모두 따낸 후에야, 우리의 두릅에 대한 욕심은 막을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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