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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n 04. 2022

<농촌 체험하기> 감자 정식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일곱번째 이야기

  신반장의 아내가 씨 감자를 감자 심는 도구 안에 던져 넣었다. 그러면 씨 감자가 도구의 플라스틱 몸체를 따라 둔탁하게 ‘주르륵’하고 굴러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도구를 잡고 있던 신반장이 도구의 밑동을 벌리면, 씨 감자가 흙 속으로 사라진다. 동시에 양손으로 잡고 있던 손잡이 부분을 서로 부딪치면서, ‘딱’하는 금속성 소리를 냈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도구의 밑동이 벌려지면서, 주변 이랑의 흙이 씨 감자를 덮어 주었다. 신반장 부부가 씨 감자를 심으면서 고랑을 따라 나아가면, ‘주르륵’, ‘딱’, ‘주르륵’, ‘딱’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뒤를 따랐다. 이 소리는 다른 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감자 밭을 덮어 나갔다. 

  “야, 감자 심는 알바 아주머니들보다 잘 하네!” 

  여기 저기서 다른 동료들이 감탄하면서, 칭찬을 해주었다. 


  4월과 5월은 이곳 횡성 농가가 제일 바쁜 시기이다. 가축 분뇨 등으로 만든 거름을 주고, 밭에 로터리작업을 하고, 고랑을 만들고, 비닐로 멀칭 작업을 하고, 제초제를 뿌리고, 씨나 묘목을 심고… 끝없이 일이 이어진다. 이 시기에 외국인 근로자들의 일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의 얼굴을 보기 어렵다. 그나마 우리나라에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도시의 공장을 선호한단다. 급여도 높고, 주말에는 쉬고, 근무 환경도 좋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농촌은 힘든 시기이다.

  이곳 산채마을에는 대규모로 감자농사를 짓는 농가가 많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신해서, 알바 아주머니들이 여기 저기 감자 밭에서 감자 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산채마을의 김대표님도 만평이상의 밭에 알바 아주머니들의 도움을 받아서 감자를 심었다고 한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2기 동료들도 우리들의 공동농장에 감자농사를 짓기로 했다. 4월말 알바 아주머니들이 잘라놓은 씨 감자 열일곱 부대를 트럭에 싣고, 공동 농장에 감자를 심으러 떠났다. 차로 오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였다. 공동 농장은 평지가 아닌 산 밑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공동 농장으로 사용할 밭은 네 군데로 나뉘어 있었다. 감자 밭이 사백평 정도 되었고, 고추를 심을 밭은 그것보다 약간 작았다. 고추밭 바로 옆에 이십에서 삼십평 정도 되는 작은 밭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땅콩을 심을 계획이다. 그리고 감자 밭에서 조금 더 산 중턱으로 올라가면, 비탈진 밭이 있었다. 오백평은 족히 되어 보였는데, 이곳에 단 호박과 고구마를 심는단다.

  감자 밭에 씨 감자들을 모두 내려놓고, 대표님은 씨 감자 심는 법을 알려주시고는 다른 밭에서 작업이 있다고 가셨다. 우리는 씨 감자 자루를 군데 군데 옮겨 놓은 다음, 씨 감자를 심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씨 감자 심는 기구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것이라서, 최선생님이 어떻게 하는 지 시범을 보여 주었다. 네 개의 감자 심는 기구를 가지고 네 팀이 동시에 감자를 심고, 남은 두 명은 씨 감자가 떨어지는 조에게 씨 감자를 날라주었다. 그렇게 20분씩 교대로 작업하니까, 한 시간 삼십분 정도 만에 작업을 다 끝낼 수 있었다. 


  씨 감자를 심는 작업에서도 사람들의 성격이 나타난다. 젊은 신반장 부부는 속도를 내는 데 주력한다. 젊어서 운동신경과 근력이 좋은 탓도 있지만, 빨리 작업을 마무리하고 쉬고 싶은 욕망이 큰 것 같다. 반면 최선생님과 같이 꼼꼼한 분들은 차근 차근 작업을 진행하였다. 구멍 안에 집어넣은 씨 감자에 흙이 충분히 덮였는 지를 하나 하나 확인하였다. 흙이 덜 덮이게 되면, 손으로 주변의 흙을 모아서 덮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까 작업 속도가 신반장 부부보다 느렸다.

  작업 속도는 달라도 여러 명이 같이 하니까, 작업을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농사 일이 주로 몸을 쓰는 작업이 많다 보니까,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 하게 되면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 다른 동료들하고 농담도 주고 받고, 음악도 들으면서 작업을 하면 그다지 힘든 줄을 모른다. 자연히 작업 능률도 올라간다. 

  씨 감자 심는 도구와 같이 일어서서 하는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는 몸이 덜 힘들다. 내가 어릴 적에 농촌에서 살 때만 해도, 대부분의 농사일이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굽혀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까 대부분의 농촌 사람들이 무릎이나 허리에 질병을 달고 살았다. 서서 일할 수 있는 장비들이 개발되면서, 훨씬 작업이 수월해진 것 같다.

  감자 정식을 하면서, 농사 일을 재미있고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한 것 같다. 여럿이서 즐겁게, 그리고 허리와 무릎 활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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