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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n 02. 2022

<농촌 체험하기>장아찌 홀릭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여섯번째 이야기

  “명이 나물 장아찌에 삼겹살을 싸먹으니까 맛있네요!”

  명이 나물로 싼 삼겹살을 입으로 가져가는 둘째 아들이, 너무 맛있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다. 그리고는 곧바로 또 다른 명이 나물 장아찌를 한겹 벗겨 내더니, 잘 구워져 있는 삼겹살을 들어 올렸다. 야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둘째 아들에게도, 명이 나물 장아찌는 맛있는 모양이다. 


  산채마을에서 동료들과 함께 명이 나물을 따러 밭으로 갔다. 우리를 태운 차가 포장도로에 이어서 비포장도로로 달리면서, 뒷산인 태기산에 올랐다. 우리가 작업하러 간 명이 나물 밭은 태기산의 중턱보다 높은 위치에 있었다. 비료를 전혀 안주고 친환경으로 지은 명이 나물 밭이어서 그런지, 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자란 명이 나물의 잎은 전체의 5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이후에도 명이 나물이 자라면서 한 두번 더 따먹을 수 있지만, 이미 새순이 나오는 것들이 많아서 추가 수확량은 크지 않을 것 같았다. 


  각자 조그마한 칼을 나눠 받고, 팀장님으로부터 명이 나물 캐는 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명이 나물의 잎이 2개 이상 나온 줄기를 잘라줘야 한다. 잘라낸 명이 나물의 줄기를 한쪽 방향으로 봉투에 담아야, 나중에 쉽게 묶어서 팔 수 있단다. 

  우리는 두 명이 한 조가 되어서, 한 고랑씩을 담당했다. 동료들은 각 고랑에서 명이 나물이 잘 자란 지점을 중심으로 따기 시작했다. 그렇게 따기 시작한 지 1시간 30분쯤 지났을까? 우리는 다섯에서 여섯 푸대 정도의 파란 비닐봉투에 명이 나물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20kg 정도는 족히 되어 보였다. 


  작업을 마치고 산채마을로 돌아와서, 교장선생님 부부와 같이 점심식사를 했다. 식탁 위에는 좀 전에 딴 명이 나물과 곰취 나물 등 다양한 채소들이 깨끗이 씻겨져 올라왔다. 특히 명이 나물로 쌈을 싸먹으니까, 너무 맛있었다. 내가 너무 맛있다고 하니까, 교장선생님 사모님이 한마디 거들었다. 

  “명이 나물 장아찌 담가놓은 것도 굉장히 맛있어요. 얼마 전에 산채마을 팀장님이 담가놓은 것을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레시피를 공유 받기로 했어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한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만일 내가 귀농을 한다면, 내가 키워내는 다양한 야채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채들이 소비자의 식탁으로 오를 때의 맛뿐 아니라, 그 과정도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명이 나물 장아찌를 직접 담아봐야겠다.’

  평생 라면밖에 못 끓이던 내가 농촌에서 나오는 다양한 야채를 가지고 요리를 해보자는 결심을 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의 장아찌 담그기가 시작되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진행된다. 그래서 나는 목요일 과정이 끝나면 곧바로 인천의 가족들한테로 향했다. 인천에서 장아찌를 담아볼 요량으로 명이 나물을 차에 실었다. 인천에 도착하자 마자, 산채마을 팀장님이 카톡방에 올려준 레시피 대로, 간장, 식초, 물, 소주, 설탕 등의 비율에 맞춰서 큰 솥에 섞은 다음에 끓였다. 장아찌 소스가 끓는 동안, 명이 나물을 한장 한장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었다. 특히 명이 나물의 잎과 잎 사이에 먼지 같은 것들이 묻어 있어서, 신경을 써가면서 씻어야만 했다.


  내가 장아찌 소스의 양을 잘못 계산한 것일까? 끓여놓고 나니까 터무니없이 적었다. 옆에 있던 아내가 간장과 설탕, 식초 등을 좀 더 많이 넣어서 다시 끓였다. 그렇게 장아찌 소스가 만들어지고, 씻어놓은 명이 나물을 담가 놓았다. 장아찌 소스를 만들 때 단맛이나 신맛 등 선호하는 맛을 좀 더 강하게 하려면, 설탕이나 식초를 좀 더 타면 된다. 청양고추와 마늘, 그리고 사과를 넣어서 맛을 내기도 한다.


  명이 나물 장아찌를 담근 지 2주가 지났을까? 아내와 아들이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집 주변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왔다. 그리고 명이 나물 장아찌를 꺼내왔다. 간장 소스에 절인 명이 나물 한 잎에 고기를 싸 먹을 때, 그 맛이 너무 좋았다. 옆에 있던 아내와 둘째 아들도 감탄하면서 명이 나물에 고기를 맛있게 싸먹었다.


  처음 담근 명이 나물 장아찌의 맛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맛에 매료되면서, 나는 가시오가피 잎, 엄나무 잎 등을 연달아서 장아찌로 만들었다. 산채마을 주변에서는 무농약으로 키운 이런 야채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명이 나물 장아찌보다 맛있다는 가시오가피와 엄나무 잎이 잘 우려져서, 또 한번 행복한 경험을 할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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