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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ug 10. 2022

<농촌 체험하기> 곰취의 생명력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열 아홉번째 이야기

  5월 마지막 주는 팀장님의 맏언니네 밭에서 곰취 잎을 따는 일정으로 잡혔다. 산채마을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맏언니의 집과 밭들이 있었다. 2백평 정도 크기의 비닐하우스가 여러 동 있었는데, 그 안에는 양상추가 잘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2~3천평 정도 되어 보이는 노지 밭을 곰취들이 뒤덮고 있었다.

  우리는 더운 낮 시간을 피해서,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곰취 잎을 땄다. 아침에 맏언니 집에 도착해서, 믹스 커피 한잔을 마시고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곰취 잎 따는 작업을 한 지 삼일차여서 그런지, 동료들의 손놀림이 첫날과 달리 무척 빨라졌다. 

  동료들이 곰취 잎을 따가는 밭 고랑에는, 금방 여러 개의 곰취 묶음들이 놓여졌다. 이 곰취 묶음들을 걷어서 40킬로그램의 곰취 잎을 담을 수 있는 큰 비닐 봉투에 차곡 차곡 넣었다. 그렇게 세시간 동안 동료들은 무려 20개의 비닐 봉투를 채워 넣었다. 첫 날 12봉투도 채우지 못했던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이제 동료들이 곰취 잎따기 전문가가 된 것이다.


  곰취 잎을 따면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어제 곰취 잎을 따냈던 밭에 곰취 잎들이 다시 빼곡히 들어찬 것이다. 분명 어제 동료들이 곰취 잎을 샅샅이 따내면서, 땅이 보일 정도로 곰취가 줄어들었던 곳이었다. 곰취 잎을 따낼 때마다, 따낸 곰취 줄기에 기대어 있던 근처의 다른 곰취 줄기들이 옆으로 무너지곤 했었다. 그런데 옆으로 무너진 지 하루 만에,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서 빈 공간을 채운 것이다. 


  비단 이런 현상은 곰취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뜨거운 한낮의 햇볕을 견디기 힘들어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상추나 배추 등 엽채류들의 잎이, 다음 날 아침에는 싱싱하게 날개를 펼치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자연 환경에 적응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생명력이다. 

  사람들도 좌절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더라도, 곤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곤 한다. 힘든 일을 극복해내면서, 한뼘씩 성장하는 자신을 느끼기도 한다. 곰취도 햇빛을 가리던 옆자리의 곰취가 사라지면, 더 빨리 성장하게 된다. 채소들이 뜨거운 한낮의 강렬한 햇빛에 힘들어 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것 같지만, 실제는 광합성을 열심히 하면서 몸을 강하게 키우고 있는 것이다. 


  금년에 둔내면에는 장마철에 비가 유독 많이 왔다. 비가 많이 오고 난 후, 산채마을의 노지 텃밭에 있던 엽채류나 고추 등 열매채소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료들은 채소들을 대견해 했다. 우리들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대표님이 한 마디 하였다.

  “장마철에 물을 흠뻑 빨아들여서, 빨리 성장하는 야채들은 맛이 없어요. 제대로 된 성장 속도에 따라 차근차근 자라야, 속이 알차게 여물어요.”

  빨리 성장하는 야채들이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웃자라는 야채는 맛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도한 성장을 억제하는 비료를 뿌리곤 한다. 한마디로 야물게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람도 고생 한번 하지 않고 곱게 자란 경우에는,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이겨낸 사람이 보다 큰 업적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듯이, 야채도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것이 더 단단하고 맛이 있단다.

  채소들이 커나가는 과정이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과 비슷한 것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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