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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ug 08. 2022

<농촌 체험하기> 발전하는 농사 도구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열 여덟번째 이야기

 “허리와 무릎을 많이 쓰지 않고도 농사 일을 할 수 있는 도구들이 많이 개발되면 좋을 것 같아요. 횡성군 차원에서 이런 도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경연대회 같은 것을 여는 것은 어떨까요?”

  나와 동료들은 밭일을 하면서, 허리와 무릎에 통증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만큼 구부리거나 쭈그려 앉은 자세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농부들이 허리와 무릎에 이상이 생겨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농정과장과의 미팅시간에 이런 제안을 했었다.

  

  농정과장을 만나기 얼마 전에 대표님의 감자밭에서 싹을 꺼내는 작업을 했다. 멀칭 비닐에 눌려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싹을 꺼내주는 일이었다. 햇빛을 받아야 감자가 잘 자라기 때문이다. 대표님이 자신이 직접 만든 작업 도구를 보여주면서, 사용법도 알려주었다. 사용법도 간단하였다. 몸을 구부리거나 쭈그려 앉을 필요가 없이, 서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 사람이 고랑을 따라 걸으면서 오른쪽과 왼쪽의 이랑에서 동시에 작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10명이 동시에 20개 이랑의 작업을 진행하였다. 3천평이나 되는 큰 감자 밭이었지만, 1시간정도만에 싹 꺼내는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감자 싹 꺼내는 작업을 하면서, 매우 간단한 도구이지만 농사 일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만든 좋은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씨 감자를 정식할 때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감자 파종기를 이용해서 정식을 했다. 이 도구도 매우 단순한 구조였지만, 남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허리와 무릎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일어선 자세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멀칭 비닐이 덮고 있는 이랑에, 씨감자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파낼 수 있도록 끝 부분을 뾰족하게 만들어 놓았다. 파낸 구멍에 씨감자가 굴러 들어갈 수 있는, 통로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었다. 그리고 손잡이로 이 과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 도구도 역시 어느 농부가 개발한 것이란다. 


  밭 고랑 사이에서 자라나는 잡초를 제거할 때도, 다 자란 곰취나 곤드레 등 채소를 수확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기구가 있으면 농사일이 좀더 편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구를 만드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다만 농부들이 농사 일에만 신경쓸 뿐, 도구 만드는 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개발이 더딜 뿐이라고 생각된다. 


  횡성군 농정과장님과의 간담회에서는 나의 제안이 그다지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기존에 많은 농사 도구들이 개발되어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간담회 이후에 찾아본 결과로는 농사보다는 단독주택에 사는 도시민들이 집 앞마당의 잔디를 관리하는 도구로 개발된 것들이 많아서, 농촌에서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농부보다는 구매력이 있는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도구들이었다. 사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업에게 맡겨 놓다 보니까, 간단한 도구들은 수익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농사 일에 적합한 도구를 개발하는 것은, 직접 농사 일을 하는 농부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다. 약간의 기술적인, 금전적인 지원만 있다면 훨씬 많은 도구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도구들로 인해서 농사 일이 편해지게 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향할 텐데. 농촌으로의 인구 유입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편안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강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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