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그날

나를 바꾸게 만든 공모전

by 인근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시작이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작고 소소한 경우가 많다. 물론 성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렇다.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록에 남지 않았을 뿐이다. 결국 모든 시작은 작고 소소한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8년 전, 나는 늘 그랬듯이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어떤 일인지는 추측을 해보자)을 보낼 때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 때는 한참 네O버 뿜이라는 것을 볼 때 였다. 그 날도 뿜을 보려고 네O버를 방문했는데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모전 홍보 글을 터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의 공모전을 접하게 된다.

출처 : SK open API

이전만 해도 공모전의 경우에는 학교로 오는 공문으로 접한 교육과 관련한 공모전에 한 두 번 참가했던 적 밖에 없었는데 왜 인지 이 공모전에는 눈길이 갔고, 보자마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당시 한창 AR이 뜨던 시기(포켓몬고 열풍으로 전세계가 난리였던 시기)였는데 내 관심사들과 연결이 된 것이다. 그 당시에는 한국사에 흥미가 있어서 관련된 책을 꽤 많이 읽었었고 수업 시간에도 사회 교과에서 역사를 가르치기도 하느라 반강제적으로 지식을 쌓고 있던 시절이었다. 글고 하나 더, 푹 빠져있던 게임이 있었다(직업적인 문제로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이 없다). 바로 '하스스톤' 이라는 카드배틀게임이다.

stepintavernthumbnail.PNG 출처 : https://hearthstone.blizzard.com/ko-kr

당시 나는 이 게임에 많이 빠져있었다. 얼마나 빠져있었는지는 직업상 더 이상 말해줄 수 없다. 역사+AR+하스스톤의 조합이 탄생한 순간이다. 이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건 이 공모전을 보자마자 거의 바로였다. 그런 덕분에 고민도 없이 처음 접해본 공모전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당시 제안하게 된 아이디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이디어의 제목은 '증강현실 서비스를 활용한 역사 카드 배틀 게임' 이다.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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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으로 공모전에 참가를 했다. (수 년이 지난 지금 보면 많이 어설픈 느낌도 든다.) 그리고 2주 정도 뒤에 연락을 받게 되었다. 2차 심사 대상자가 되었으니 발표 PPT를 준비해서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공모전에 접수해서 이런 연락을 받고 발표 준비를 따로 하게 된 건 처음이라 무엇을 어떻게, 어느정도까지 해야되는지도 모르고 준비한 것 같다. 처음에 제출했던 PPT를 개선해 나름대로 그럴싸하게 만들고 발표 대본도 작성해 시간에 맞추기 위해 연습을 하였다. 발표용으로 완성한 자료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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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하고 나서 나름 뿌듯했다. 게임을 적용한 교육이 교육적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확신도 강했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지금 생각해보면 공모전에 참가할 때 마다 느끼는 나만의 착각이다).

발표 당일날 SK텔레콤에 방문했다. 공모전 본선 발표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대한민국의 대기업 본사 건물에 방문하여 발표를 한다는 것 부터 나를 위축되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뿌듯함도 느꼈다. 공모전 행사가 시작되고 진행과정을 들어보니 상당히 큰 행사였다. 공모전은 크게 두 가지 순서로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는 내가 참여하는 아이디어 공모전, 두 번 째는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지원 공모전이었다. 내가 참여하는 순서는 앞이었고 심사위원 뿐만 아니라 본선에 진출한 수많은 기업관계자들도 모여있었다. 그리고 이 때 처음으로 안 사실은 내가 속한 공모전 발표는 3팀이었고 3팀 전원 수상이며 수상 등급만 결정하는 단계였다.

행사가 진행되고 나의 발표순서가 되었다. 여러번 읽어보고 말해본 대본이었는데 발표를 시작한 순간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 결국은 나는 대본을 보고 거의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인 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라이드를 보기 때문에 나에 대해서 집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으며 무난하게 응답을 마쳤다.

지금도 기억나는 질문은 이 게임을 해외까지 확장시킨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방법을 제시해보라는 내용이었는데 세계 여러나라의 위인 컨텐츠를 제작하여 국가별 배틀을 할 수 있다고 응답하였던 것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 공모전을 여러 번 참가하면서 느낀 점은 질의응답을 잘하지 못하면 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사위원의 질문에 제대로 응답을 못했을 경우 전체적인 분위기가 심사위원의 헛점 지적이 맞게 된다는 인식이 형성되게 된다. 여러 번 경험해본 실패에서 느낀 점이다(그러면서도 나는 아직까지 질의응답을 잘 못한다ㅠㅠ).

아이디어 발표가 끝나고 업체 개별 발표는 사업 아이디어 노출이 된다는 우려로 인해 개별 면담으로 진행됐고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후,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수상자 발표 순간이다.

보통 수상자 발표는 낮은 등급부터 발표가 되기에 처음에는 이름이 안불리는게 좋다(그런데 가끔 참가자 대비 수상인원이 적어서 끝까지 안불리게 되는 공모전도 있다. 이럴 때는 멘붕이 온다).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으로 발표가 되었는지는 이제 너무 오랜 순간이라 기억이 안나다. 첫 번 째에 안불린 건 기억이 난다.

이제 마지막 대상이 확인되는 순간이다(오래전 기억이지만 그 긴장되는 순간의 느낌은 아직 있는 것 같다).두 팀 중에 한 팀이 대상이기 때문에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심장이 엄청 빨리 뛴 것으로 기억된다. 영예의 대상은...

대상 수상의 기쁨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바꿔놓은 순간이었다. 보통 대학생들이 많이 참가하는 공모전을 30대 중반에 와서 처음 시작하는 내가 대상을 차지하였다. 그 순간의 짜릿한 감정은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다른 것에 비유하자면 바다낚시를 가서 오랫동안 공들여온 물고기를 낚아올린 순간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손맛'을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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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디어가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교적 질의응답을 잘해서 그랬던 것 같다. 다른 두 팀은 대학생팀이었는데 심사위원이 질의를 했을 때 대답을 잘 못했거나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생각을 안해봤다라는 식으로 질문을 회피한 경우도 있었다. 해당 응답에는 아무리 아이디어 공모전이어도 실제 개발을 전제로 준비를 해와야한다는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반응이 있었다.

이 공모전에서 생각해볼 점은 자신이 좋아하고 경험하고 있는 분야에 참가하면 아이디어 생성이나 구체적인 구현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해당 공모전 시점에서 나는 역사와 게임을 둘 다 좋아했고 학습 없이 방문에만 의의를 두는 의미없는 현장체험학습의 회의감을 품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공모전 소식을 접했기 때문에 자료 제작, 발표, 질의응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발표를 잘하지 못했더라도 아이디어가 괜찮으면 수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되었다. 나는 나의 직업에 어울리지 않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발표를 하게 되면 긴장을 많이 하고 발화가 부자연스러워지며 신경성 복통을 앓는다. 발표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대상을 수상한 걸로 봐서는 나 같은 사람도 발표를 통한 공모전 수상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이 공모전을 시작으로 나는 다양한 분야의 공모전에 도전하게 된다. 쓰레기 분리배출 아이디어, 디자인 공모전, 전통시장 활성화 아이디어, 국립공원 활성화 아이디어, 버스정류장 전광판 아이디어 등 어떻게 보면 닥치고 아무거나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분야가 다양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평소 관심있었던, 문제의식이 있었던 부분이라는 공통점은 존재했다. 그 전까지는 그냥 호기심, 머릿속으로만 존재했던 문제의식이 공모전을 통해 표출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공모전에 아직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이디어 공모전으로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말그대로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이 없어도 아이디어만으로 도전해볼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손맛'을 느끼게 되면 그 다음 부터는 자동으로 출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무엇을 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확실하다. 공모전 수상 경력이 있다면 이보다 더 심플하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쓴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 사람 정말 창의적이야.' 이 것과 '이 사람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해서 상장만 20개가 넘어.' 어떤 것이 더 명확한지는 바로 판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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