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을 게임으로 배워보자

2016 학교 안전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우수

by 인근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동영상을 보고 이야기 나누기, 간단한 실습, 대피 훈련을 진행한다.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여러 번 반복하다보니 고학년 쯤 되면 나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처럼 느슨하게 교육에 임하게 된다. 안전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에서 항상 걱정이 있던 차에 공모전 공고를 보게 되었고 위기 상황을 제시하고 적절한 선택을 통해 탈출하거나 부적절한 선택은 실패하여 사망에 이르는 절차를 통해 안전지식을 테스트하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때, 한창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교육자료 만들기에 흥미가 있어서 여러 책을 구입하고 각종 까페에서 정보를 모으던 차에 파워포인트에 프로그래밍 언어인 비주얼 베이직을 연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파워포인트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까페도 꽤 활성화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비주얼 베이직이 적용된 파워포인트 안전교육 게임을 만들었다. 게임 과정은 여러 화재 발생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예를 들면 집에 불이 났을 때 문을 열 것인가, 열지 않을 것인가, 물병과 수건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불을 피해 장롱 안으로 피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등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서 화재상황을 탈출하게 될지, 사망하게 될지 결정되는 컨텐츠이다.

그림2.png 웅장한 오프닝

긴박한 음악과 함께 게임이 시작되고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면 화재 발생 상황으로 전환된다.

그림3.png 방탈출 처럼 방에 있는 물건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화재 상황이 제시되고 방안에 있는 여러 물체들을 클릭하면서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한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림1.png 문을 열면 안되!
그림5.png 사망

1스테이지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라야 한다. 물병에 있는 물을 수건에 적시기, 물에 젖은 수건으로 문틈새 막기, 물티슈로 코와 입 막기이다.

그림6.png 목이 말라도 수건에 양보하세요.
그림8.png 물에 젖기 전과 젖은 후의 변화

버튼을 클릭하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있는 개체를 바꿔야 한다. 간단해보이는 작업이지만 비주얼베이직 코드를 통해 실행해야 한다.

그림11.png 요녀석이 코드, 간단한 코드이지만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한다.
그림10.png 화면 구석에 물티슈가 있었다.

물티슈로 코와 입을 막으면 1스테이지는 성공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2스테이지와 OX퀴즈인 3스테이지가 있다.

그림12.png 2스테이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그림13.png 3스테이지, 시간제한 OX 퀴즈

모든 스테이지를 성공하면 화재안전대처요령을 정리해주고 마무리된다.

그림14.png 경쾌한 엔딩
그림15.png 이 화면을 본다면 당신은 불이 나도 잘 대처할 수 있다.

파워포인트에 코딩을 넣는 것을 처음 해봤기 때문에 간단한 코드였어도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래서 전체 슬라이드 양은 얼마되지 않지만 제작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완성하고 최종 엔딩 장면을 봤을 때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 감격이라고나할까. 이 정도면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문서작업이었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코딩이 막혔을 때 그냥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원래 게임을 좋아하했었고 이런 거 만드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꾸역꾸역 완성이 되었고 좋은 결과도 얻게 되었다. 화재대처방법에 대해 테스트를 원하신다면 아래의 파일을 다운받아서 실행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좋아하는 걸 노력하면 힘들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다른 것보다는 완성되는 확률이 높고 결과물 수준 또한 높다. 그리고 결과물이 좋기 때문에 찾아오는 피드백 또한 좋다. 이 것이 강화가 되어 또 다시 노력을 하게 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빨리 찾아내는 것이 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게임 프로그래밍, 대학교 때 마술과 사물놀이, 성인이 되어서는 기타연주, 동영상 제작, 최면상담(의외의 경험이지만 배울 때는 확신이 있었다.) 등 관심사가 계속 바뀌었다. 그 때 그 때 마다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으로 확신했었고 꽤 열정적으로 활동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30이 넘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아가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하다보니 학교에서 아이들에게도 교과공부 이외에 다양한 활동에 도전해보라고 권한다. 전에도 언급했었지만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짧을수도 있지만 길 수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거쳐갔던 많은 활동들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모든 도전은 소중하다(아이들한테 늘 강조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주저한다, 아마 나도 그랬을 것이라 이해는 가지만 안타깝다).

그 때는 열정적이었고 완성했을 때 뿌듯했던, 지금은 귀여운 10년 전의 소중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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