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에 대한 진중한 탐구
소세키의 소설은 <그 후>밖에 읽어본 적 없다. 옛날에 본 거라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고등유민'이란 말만 머릿속에 남아 있다. 되게 재미없던 걸로 기억한다.
<마음>을 읽은 까닭은 유명하고 이 소설이 인간 심리를 잘 묘사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 보니 과연 그랬다.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하지 않지만 사람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 면이 인상적이었다. 소세키의 문장은, 뭐랄까, 인간사에 동떨어진 엘리트 청년이 무심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어투 같다. 따뜻함도 없고 차가움도 없다. 선의도 없고 악의도 없다. 인간과 세상이 어떻게 되든 나는 그것을 조용히 관찰하겠다는 태도만 느껴진다. 그래서 더 글을 잘 쓰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문장에 감정이 없으니 언제나 촌스럽지 않고, 의도가 없는 눈으로 말하니 초월적 입장에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우월해 보인다.
선생님과 그의 친구 K가 결국 자살을 선택한 게, 2023년을 사는 나에게는 설득력 있게 와 닿지 않았는데 선생님의 편지 부분을 끝까지 읽어보니 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그만큼 순수했던 사람인 것이다. 보통의 인간은 삶을 살며 자신의 이중적인 내면을 발견하면 남 탓을 하거나 합리화를 하기 마련인데, 선생님은 워낙 고상한 분이라 자신의 비열함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자신이 혐오한 숙부와 결국 자신이 닮았다는 인정은 선생님을 자기 파멸로 몰아갔다. 천황의 서거와 함께 메이지 세대도 끝났고 그래서 여전히 세상에 남아 있는 것은 뒤처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선생님의 말은 시대의 정신이 개인의 삶에도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려준다.
책을 덮고 나서 곱씹어 보면 이 소설이 유기적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부모 유산에 관한 사건이 주인공 나와 선생님에게 모두 있고, 부모의 기대와 자식의 욕망이 다르다는 게 나와 선생님 친구 K에게도 있고, 고등유민의 이미지가 나와 선생님에게 비슷하게 있다.
앞으로 소세키의 소설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을 읽을 생각이다. 집에 단편과 중편을 모아 놓은 전집이 있는데 그건 별로 읽고 싶지 않다.
<마음>에 대중 문학의 추리적 요소가 진했다면 굉장히 재밌고 작품성까지 있는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