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 마술사
표지가 예뻐서 눈에 띈 책. 미스터리 소설로 일본에서 유명했다고 한다. 띠지에 그렇게 적혀 있던 것 같다.
영매, 즉 초능력으로 영혼과 교접할 수 있는 여자 탐정의 이야기다. 남자 주인공도 따로 있는데 그는 일반인(?)이고 영매 탐정이 내린 결론(범인 지목)을 추리와 논리로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둘은 환상의 콤비.
총 네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마지막이 백미다. 이 책은 마지막 챕터를 읽지 않으면 아예 안 읽은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폭풍처럼 진실과 반전이 독자에게 몰려오는데, 평소 책을 끊어 읽는 내가 마지막 편은 한 번에 휘몰아치듯 다 읽었으니 그 충격과 재미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아쉬운 건 영매 탐정 조즈카에게 데우스엑스마키나 같은 설정이 있다는 것. 그 힘으로 최종 사건을 해결하고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이건 너무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전은 납득할 수 있는데 그녀에게 영매만큼의 또 다른 능력을 부여한 건 작가가 반전의 결말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그 영매 주인공에게 과하고 섣부른 특성을 주입한 것이라고 본다. 반전과 함께 이야기를 종결해야 하니까 비약이 심한 캐릭터 특성을 하나 급조한 느낌. 과학자가 자기가 원하는 결론으로 논문을 마쳐야 하니까 무슨 상수 같은 거 하나 만들어서 끼운 느낌.
그리고 이 책의 충격적인 반전은 '추리'의 반전이 아니다.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언급을 자제하겠는데, 사건의 추론에 관한 놀라운 비밀이 있는 게 아니라 스토리 안의 인물 관계에 비밀이 있고 진실이 드러나는 형국이다. 스타워즈에서 다스 베이더가 사실은 루크의 아빠였다는 설정 같은 거.
마지막 편 전의 에피소드 세 개도 추리 과정이 좀 싱겁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마지막에 밝혀지지만 독자는 최종 진실을 모른 채 처음부터 읽어가는 입장이니까 아무래도 탄탄하지 못한 추리 전개에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약간 라노벨스러운 느낌과 가벼운 문체도 다 읽고 나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지금 이 책을 끝내고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집>을 읽는데 확실히 문장의 무게감이 다르다. 근데 각 소설마다 콘셉트라는 게 있으니까 '조즈카'는 라노벨스러운 게 옳은 것 같기도 하다.
반전 때문에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에 대한 환상이 팍 깨졌는데, 오히려 담담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묘사했다면 조즈카에 대한 독자의 애정이 지속되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 그녀는 선인이고 악인은 따로 있는데 달라진 성격 탓에 배신감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후속작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 내가 작가라면 전작의 반전을 다시 뒤집는 설정으로 가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