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지 않을 결말

"세상과 어울리지 않으니까. 사라지고 싶은 게 뭐가 잘못된 건데"

by 백도윤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들 하던데

세상과 걸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여러 상처를 얻고, 배신을 얻은 덕에서야 깨달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혐오는

날이 갈수록 무뎌지는 상처와 반대로 점점 깊어져 갔으니.

끝끝내 갈등이 고조되기만 하다. 결국에는 끊어질 인연이니.

담배 한 모금을 뱉으며, 마지막 남은 생의 미련조차 버리고자 하는 심정으로

혹시나 하는 일말의 심정으로 되도 안되는 일이라도 저지를려는 듯한 마음으로

빌딩 옥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마치 세상과 하나가 되는 듯한 기분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평소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다가가지조차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이해할 수 있는 면을 만들고자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으러

올라오던 것이, 어느순간에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로 변질된 것 또한 이것도

어쩔 수 없을 운명이라 받아들인다.


“이제는 갈 때가 된 거겠지”


어느순간에 사람들에게서 다가온 체념은 급박하게 다가오는 불행은

‘빨리 세상에서 사라져’ 라고 외치는 마법의 주문처럼 느껴진다.

이제, 누군가는 무관심으로 지나갈 정도의 평온한 일상이 되었는데도

삶이 고달프게 느껴지는 건, 아마 세상과 맞지 않는 성향인 탓일려나.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

삶이 끝나도, 죽음이 다가와도 결국에는 받아들일 운명임을 깨닫는 이 순간까지도

웃으며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두려움에 가득 차더라도 해내야만 한다.


‘잘 있어요. 이 원망스러운 세상아’

그렇게 뻣뻣하게 긴장된 몸을 앞으로 숙인채, 환히 비춰진 밝은 빛 사이로

씁쓸하고 공포에 뒤덮인 웃음을 지으며 뛰어내린다.

.

.



이렇게 사라질 운명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득해지는 시아가 돌아올 때쯤, 눈에 보이는 건 생소한 외형에 낯선 목소리를 지닌

한 남자였다. 당혹감과 두려움으로 떨리는 두 손을 붙잡고 실성하다싶이 중얼거리는

기도는 다름아닌,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말투지만, 그저 지옥같은 삶으로

다시 되돌려놓은 게 이 사람이라 생각하니 치가 떨릴 뿐이다.


“다행이네요. 진짜 죽으신 줄 알고 식겁했어요”


낯선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름아닌 안도. 하지만 어째서 그것이 비웃음의 형태로

보이며, 귀에 맺히는 것일까. 마치 ‘아직 갈 때가 아니다’ 라고 내쳐진 더럽고 메스꺼운

감각으로 현실로 되돌린 것일까. 원망스럽고, 치가 떨렸지만, 뛰어내리기 직전의 인간을

힘으로 막아서 올려준 은인이라 불려도 되는 남자에게 화낼 수는 없다.

여러 질문이 요동치며 치고박을 때 남자가 먼저 질문을 해온다.

당연하다는 듯한 지극히 평범하게 둘러싸인 의문으로 뒤덮인 질문을.


“왜 떨어질려고 하셨나요?”


“실수였겠죠?”


여러 질문이 귀에 맺히고 열매가 자랐나 싶을 정도로 몸이 무거워진다.

겨우 겨우, 말 한마디씩 끊어나오는 단어를 붙잡고 모든 질문을 부정하지 않는다.

남자의 얼굴을 창백해지며, 경멸을 하는 건지. 동정을 하는 건지. 여러 감정이 뒤섞인 듯한

반응을 하다가, 주머니 속에 있는 레몬 사탕을 건네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많이 고달픈 삶이셨나봐요”


위로일까. 아니면 진실로 가정한 거짓인가.

어느순간부터 사람의 위로가 위로로 안 느껴진 것은

어느순간에선가 사람의 위로가 가식으로 보이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감정이어도 사람에 대한 혐오가 생기는 순간부터

이럴 운명이었을 지도 모른다.

두려움에 치를 떨면서도 사람과의 대화에 구역질이 나오면서도

시시덕 거리는 분위기에 끼고 싶어하는 불쌍한 아이가 되고 싶지 않아서.

마치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을 연기하듯 학창시절을 보낸 게 머릿속을 불현듯

스쳐지나간다.


*삶이 고달픈 것보다, 세상에 맞춰서 살아가는 게 더 고통스러웠어요”


사탕을 받아, 입 안에 넣는다.

레몬 사탕을 먹을 때, 쓸쓸함과 옅게 느껴지는 단맛이 입안에 번진다.


“사탕은 마치 감정 같아요.

빨간색도 있고, 주황색도 있고, 그거에 따라 맛도 여러가지니까요.

감정도 그렇고, 세상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한 세상에 맞춰 살아갈 수 없어요. 모두가 그럴 겁니다.

그러니, 한 번 견뎌보고, 구역질 날 거 같으면 사탕이라도 먹으면서 달래봐요”


모두가 부정하고 말리던 선택이었는데

위로도 받게 될 줄은 몰랐지만, 고통스러워도 사탕 하나 먹고 힘내라는 단순한 말이

어찌 이리 다정하고 따뜻한 것인지.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속에서는 미소가 싱글벙글

튀어나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리기 위해서 살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감사,합니다.”


눈물이 흘러나온다.

힘들었던 감정. 고생했던 감정. 모든 감정을 쏟아낼 듯한 그런 눈물이

앞으로도 살 수 있을까. 평생 살면서 절대 생기지 않을 희망이 보이는 거 같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행복했을 현실. 그것이 마지막 희망이었다

.

.

세상에는 여러가지의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삶이란 그저 하나의 연극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애써도 기쁘지 않고, 아무리 힘내도 힘이 나지 않는 삶이 저에겐 일상이었거든요.


아무래도 좋으니, 빨리 살고 빨리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마음 하나도 변치 않습니다.

당장 내일도 어찌 버텨야할지 막막한 저에게 다가온 것이 글쓰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쓰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조차 않지만, 이렇게 한마디씩 쓰는 순간이 언젠간 남에게라도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저는 그래서 글을 씁니다.


하지만, 요즘은 글조차 쓸 힘도 없는 터라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 같네요.

이제는 다 포기해도 좋으니, 사라지고 나서도, 모두가 내 존재자체를 잊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암울하고도 어두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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