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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찰스 부코스키 베끼기


졸려.


어떤 놈이

눈에 돌을

올려둔 거야.


잠깐

눈을

감았다

떴는데

시곗바늘이

한 바퀴 하고도

반을 더

돌았어.


그걸

보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나지?

궁금했어, 이거 혹시

사람이 미치는 증상인가?


나는 이를

꽉 깨물었어.

턱끝으로부터

전기가 팍 하고 차올라

양볼 사이를 지나

뒤통수에 도달해

이마로 돌아간 다음

다시 뱅뱅 돌더라고.


지릿지릿한 전기를

느끼며 생각했지,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렇게 졸음을 꾹꾹 참을까?


바보상자에서는

공룡이 나와.

초록색 공룡이 한껏

혀를 내밀고 지 엄마를 찾아다녀.

그걸 왁자지껄하게 보는

한심한 인간들아

어쩌면 죽으러 가는

최후의 거대 공룡

우리가 딱

그 짝인걸 왜 모르나?


티브이를

끄고 면상에

갑옷을 둘러.

돈 벌러 갈

시간이거든.


난 시들고

지친

달팽이야.


아니,

시들고

지친

소라고둥이야.


아니,

혼자 굴을 파고

집 짓고 사는

두더지야.


눈과 눈

사이의 작은 틈

그 틈 옆으로

예쁘게 자리 잡힌

눈알이 모두 터져나가도


몸과

마음이

모두 갈기

갈기

찢겨나가도


하루 일당을

탈탈

털어 산 젤라또위에

망할 놈의 새가

똥을

싸고 가도


이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아.


새벽 두 시가 세시의

그림자에 스며드는

지금 이 시간,

죽음이 걸어 다니며

말을 걸어와.


결국 당신은 죽을 거요.


맘대로 하쇼 형씨.


난 술잔을

들며 대답해.


술을

세병 하고 반을

비웠는데

맥없는 마음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네


힘껏 힘껏

노를 저어도

조각배는 옆으로

흘러내리다

시간의 바닥에

고꾸라진다.


시간의

바닥에는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배를 곯은 놈들이

가득해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부모의 곳간을

거덜 낸 놈들


그만하겠다는

망할 놈의 말에

부모는 말했지

텅 빈 곳간은 어쩌고?


시간의 바닥에는

정직을 호소하는

정치인

나는 다를 거라고 믿는 청년

나는 다를 수 있다 믿는 중년

나는 달랐노라 믿는 노년


시간의 바닥에

도사린 것은

새벽 2시 30분

그리고 끝에서 두 번째

그러다 끝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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