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로 선다
정예은
오래 흔들렸지만
나는 부러지지 않았다
어둠은 길었고
밤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은
나를 지우지 못했다
넘어졌던 자리마다
숨이 남았고
울던 날들 아래에서
조용히 뿌리가 자랐다
나는 이제 안다
빛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동안
안에서 자라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오늘
나는
크게 외치지 않아도
작게 숨지 않는다
흔들려도 돌아오고
아파도
다시 선다
나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기대도 아니라
온전히
나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