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는 계절
정예은
끝났다고 여긴 계절이
몸속에서
다시 수위를 올린다
사라진 것들은
보이지 않는 층위에서
천천히 숨을 고른다
떠남은
단절이 아니라
빛의 각도를
바꾸는 일
여러 번 멈춘 자리마다
미세한 파동 하나
심장 가까이
조용히 방향을 튼다
지금의 나는
완결이 아니라
이동 중인
빛
그러므로 나는
여기에서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