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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ine 육은주 Aug 06. 2022

오징어 게임 인본주의

한류 보편성 측면- 2.



오징어 게임의 인본주의 (人本主義)


오징어 게임은 여러모로 ‘귀신 같은’ 작품이다. 게임과 놀이를 매개로 전세계 시청자들의 무의식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유희와 신선한 자극을 원하는 원초적 심성을 건드리면서, 게임에서는 극한상황에 달한 각종 인간 군성들의 심상을 보여주고, 그럼에도 휴머니즘, 인본주의, 따뜻한 마음이 승리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 극심한 부의 격차라는 자본주의 사회 비판, 게임의 룰을 짜고 사람들의 생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보이지 않는 권력에 대한 저항까지 시청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더할 나위 없이 적확하게 저격하여, 쫄깃한 재미로 포장하여 보여주었다.

오징어게임을 연이어 단숨에 보았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해낸) 감독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다”라는 극찬을 남겼다. 우리는 황 감독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그의 작품의 발자취는 살펴볼 수 있다. 

박찬욱 봉준호가 ‘대중성 있는 예술 영화’를 찍는다면, 황 감독은 ‘예술성 있는 대중 영화’를 찍는 감독이다. 황 감독의 2014년 작품 ‘수상한 그녀’는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터키, 미국, 멕시코 등등 8개국에서 리메이크되거나 제작되고 있는 한국영화사상 최다 리메이크 기록을 가졌을 정도로 우리 나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남한산성에서는 병자호란을 무대로 ‘상반된 신념의 대결’이라는 진중한 주제로 높은 작품성을 끌어내어 대중성, 재미만 추구하는 감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오징어게임에서는 극한의 서바이벌 게임 장르적 재미에 더해, 특히 감정적인 터치에 능한 한국 영화의 노하우를 집약해 넷플릭스 최초, 최고 기록은 물론,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만들어 내었다. 전 지구촌이 한 가지 오락물로 일치단결, 대동단결 해 게임과 ‘달고나 뽑기’ ‘양은 도시락’ 등 등장한 소품이 전세계 유행이 되고, 초록색 트레이닝복, 꽃분홍 점프수트 코스튬플레이를 즐긴 적은 처음이 아닐까 한다. 그것도 그동안 으레 글로벌 흥행몰이가 당연시되던 미국 영화나 헐리우드 영화가 아니라 ‘한국 영화’로 인해서 말이다. 

다들 오징어 게임의 불량식품 같은 달콤한 재미에만 함몰해 있을 무렵, 이정재는 미국 토크쇼에출연, 오징어 게임이 ‘인간,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 동안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 작업에 일관되게 매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보다는 스타로 소비되던 이정재가 다시 보이던 순간이었다. 

영국 언론은 ‘오징어게임은 온갖 궂은 일을 해내고 온갖 역경을 겪어내고 경제적 성공이라는 456억 당첨금을 얻은 현대 한국인들에 대한 은유이다’라고 설파했다. 맞는 말이다. 오징어게임 입장 씬에서 앞으로 펼쳐질 게임이 무슨 게임인지도 모르고 해맑게 웃던, 어설퍼 보이던 주인공 성기훈, 그는 사람만 좋지 직장에서 정리해고당하고, 이혼당하고, 어머니의 쌈짓돈 통장을 훔쳐 경마에서 날려버리는 답 없는 인생이다. 그런 그에게서 남의 빚보증으로 전재산을 날리는 한국 드라마 고정 레퍼토리 ‘사람만 좋지, 거절할 줄 모르고, 퍼주는 무능, 무기력한 아버지’의 잔영이 보인다.

그런 성기훈이 오징어 게임에서 외국인 노동자 알리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살아남고, 줄다리기 게임에서 숨겨진 리더십을 발휘하고, 구슬치기 게임에서 아버지처럼 모시던 오일남을 속이고, 쌍문동 동네 동생 상우와 빗속 혈투를 벌이고, 그런 별의별 일을 다 겪고도 살아남아 승리자가 된다. 그렇지만 그는 그 참혹하고 기구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 장기밀매업자들에게 쫓기는 긴박한 순간에도 우연히 부딪쳐 바닥에 떨어진 새벽이의 커피 빨대를 다시 꽂아주는 오지랖을 잊지 않고, 게임이 끝난 후엔, 옛 쌍문동을 찾아 상우의 어머니에게 상우에게 진 빚을 갚는다며 게임 상금이 든 돈가방을 안긴다. 

‘우린 깐부잖아, 깐부는…니꺼 내꺼가 없는 거야’ 

오일남 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남기고, 총알에 스러진다. 이 감동적인 최후가 나중에 거짓 죽음으로 밝혀지고 그가 오히려 이 모든 게임의 설계자임이 밝혀져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지만, 어쨌든 깐부정신, 네것 내것이 없는 어린 시절의 그 동화 같은 공동체와 그 속을 관통하는 공동체정신은 오징어 게임이 세계인에게 말하는 이상향이자 이상적인 인간관계이다. 그리고 세계인들은 극단의 자극과 재미난 장치 속에 숨겨놓은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가치인 인간 본위, 역경 속에도 잃지 않는 사람다움이라는 가치에 동서양 할 것없이 격하게 반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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