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geline 육은주 Jul 22. 2022


여우와 신포도

한류를 분석하자면 우선 문화산업적 의미에서 본 한류와 가치적 의미에서 본 한류 두가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 외국 언론들이 많이 하고 있는 것은 그리고 국제적인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는 것은 주로 문화산업적 측면에서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류의 산업적 측면과 가치적 측면을 혼동, 혼용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한류의 성공이 ‘치밀한 국가적 지원에 따른 국책이다’라는 일본에서 한류를 폄하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분석이 다른 나라의 한류 분석 첫머리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볼 때다. 물론 ‘국책이다’라는 말보다는 순화되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등으로 옮겨지는 것을 본다. 좀 진정성 있는 외국 언론에서는 한국 전통 문화의 우수성 및 문화 생산 역량의 비약적 발전에서 원인을 찾기도 하고, 디지털과 글로벌이라는 영상 및 음악 유통 채널, 플랫폼의 등장이란 새 물결에 한류가 재빨리 제대로 올라탔다며, 문화산업환경 변화에 빠르게 최적화하는 한국 문화의 비범한 능력을 주원인으로 꼽는 분석이 있으나, 이때에도 ‘한국은 내수시장이 좁아 처음부터 국제무대를 겨냥하여 문화상품을 만든다’라는 오해와 폄하가 어김없이 따라 나온다. 문화상품은 공산품과 달라서 어느 나라의 정부도 대중문화상품과 문화 생산을 콘트롤하기는 힘들며, 성공한 적도 없다. 한국 대중문화상품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만들어진 적도 없다. 이 주장들은 한류의 성공을 그렇게 라도 위안하고 싶은 이웃들의 시기와 ‘신포도’일 수는 있어도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한류가 글로벌 문화 현장의 비주류, 변방에서 메인 스트림으로 당당히 진입하게 된 진정한 바탕이자 주원인은 한국의 정신문화, 즉 한국적 정신, 한국적 가치(value)이다. 우리가 만드는 노래, 춤, 영화, 드라마, 패션 등 대중문화 상품에는 한국인의 말과 생각, 살아가는 방식, 역사와 전통, 곤란과 극복 등이 알게 모르게 담겨 있고, 한국 문화의 이런 가치적 측면이 지금 세계가 원하는 시대정신에 제대로, 어필한 것이다. 그런데, 이 가치적 측면이 문화 산업적인 것과 혼동되어 뭉뚱그려져 언급되거나, 곁다리로 언급되는 등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이 책은 한류의 문화산업적 성공 요인에 기여한 요인을 살펴봄에 있어, 한국 문화, 우리 대중문화의 기저에 깔린 한국만의 놀라운 스토리, 인류보편의 가치와 넓게 공유되고 있는 한국인이 소중히 여기고 있는 인본의 가치, 그 한국적 정신의 에센스를 중점적으로 파헤쳐보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 한류, 뭣이 중헌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