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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ine 육은주 Aug 11. 2022

아버지 죽이기

한류 혁신성 -2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란 단순한 영화 이상이다. 컬트(cult)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스타워즈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라 미국인 자신들이 자랑하는 혁신과 프런티어 정신을 영화 컨텍스트라는 형태로, 무한반복 재생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낸 '올타임 베스트셀링 레전더리' 문화상품이다. 

미국은 잘 알고 있는 대로, 영국 왕을 죽이고(실제 죽인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귀족이라는 세습 신분을 죽이고,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이라는 전쟁을 통해 실체적, 이념적, 정치적으로 왕정을 죽이고 독립한 주체적인 나라이다. 같은 영국 식민지였던 영연방국가들 중에 이런 나라가 없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인도 모두 아직도 느슨한 영연방 우산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오래도록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살다보니 미국이 표준인 것 같은데, 아니다. 미국이 독특한 것이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타워즈 대서사시(saga)의 일관된 하나의 테마는 바로 살부이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아버지 다스베이더를 베고, 한 솔로와 레아 공주의 아들 카일로 렌은 아버지 한 솔로를 죽인다. 왜 아버지를 죽일까? 

서양문화의 근간이 된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현대 서구 대중문화까지를 살펴보면 한 가지 중요한 테마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살부(patricide)이다. 아버지 죽이기. 살부의 테마는 신화와 그리스 비극, 현대 할리우드 영화까지 반복 재생된다. 제우스는 아버지인 거인족 타이탄들을 죽이고 신들의 왕이 되었고, 오이디푸스는 우연인 듯 운명인 듯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을 했다.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는 한때는 제다이였다가 절대 악으로 변신해버린 다스 베이더와 맞서는데, 그는 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대사 "아임 유어 파더(I'm your father)"를 읊조리게 되는, 바로 그의 아버지이다. 최근들어 스타워즈 리부트 시리즈는 아들 카일로 렌이 악의 포스에 사로잡혀 아버지 한 솔로를 죽임으로써 살부 테마를 또 한번 반복한다. 

왜 아버지 죽이기를 반복할까. 이는 전통, 옛 것, 낡은 것, 구세대 가치를 완전히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유목 전통에서 유래된 서양문화는 늘 새로운 풀이 있는 새 땅을 찾아 나가야 하므로 늙음 보다는 젊음과 새것이 존중받고, 새로운 것, 새로운 땅, 경계를 넘어 나아가야만 한다. 

반면 농경문화인 동양은 아버지(전통)를 따른다. 벼농사를 짓는 데는 변화무쌍, 복잡다단한 날씨를 읽고 경영하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필수적이므로 노인의 지혜와 경험이 존중받고, 그에 따라 효의 가치가 살부의 가치를 앞선다. 

무협지 속 주인공은 아버지를 죽인 적을 찾아 원수를 갚기 위해 무림으로 떠난다. 심청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스스로 인신공양의 제물이 되어 바다에 몸을 던진다. 서양이  아버지 시대를 딛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동양은 대체로 아버지 본인이나 상황에 의해 아들이 살해되어 아버지 시대를 그대로 계승해왔다. 

필자가 서양문화와 서양에서 유래한 혁신,전진의 가치, 우리가 내내 강조해온 전통의 계승 등의 가치를 비교하며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단 한가지다. 드라마의 스쳐지나가는 장면에 불과할 수도 있는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이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중요 장면이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킹덤’의 세자 이창이 좀비가 된 아버지 국왕을 죽였듯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죽여야 할 가치는 과감히 죽여내는 살부의 정신이다. 나아가 외부에서 온 이러한 진취적인 외래 가치를 어떻게 우리 고유의 인본주의 가치와 잘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 내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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