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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ine 육은주 Aug 12. 2022

기적의 K 브랜드

한류 역사성-1 

산업자본보다 문화자본 축적이 더 힘들다. 세계를 통틀어보아도 자국 문화를 수출할 수 있는 나라가 몇 안 된다. 미국 이외 국가의 문화적인 융성(rise)은 60년대 예술 영화로 시작, 애니메이션, 드라마, Jpop 등으로 80년대 정점을 찍을 때까지의 일본. 70년대 팝그룹 아바와 볼보, IKEA등으로 원타임 원더를 찍은 스웨덴, 80년대 이후 홍콩 영화 부흥 등의 사례가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제외하고 유럽 몇몇 국가들 (프랑스 이태리 등은 대중문화 영향력이 기울고 있고, 북유럽국가들은 국가 규모가 너무 작다) 등등 최강선진국 뿐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기적의 K-브랜드' 한국이 해낸 것이다.

한류는 아무 씨앗 없이 생긴 것이 아니다. 우리 전래의 훌륭한 가치가 있고, 인본적, 인간적, 이타주의, 가족중심, 공동체주의, 범세계적인 인류보편에 수렴하는 기본 가치를 기본에 깔고, 오랜 전통문화 속에서 축적된 한국인의 예술적 역량과 주한미군으로 인한 미국 문화의 직접적인 충돌의 정반합, 화학적 승화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한국인은 가치의 하이브리드 능력, 즉 상반되는 또는 어울리기 힘든 가치를 섞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국적 인간적 가치 위에 미국적 프론티어 혁신의 가치, 자유, 인권의 가치 등을 탁월하게 융합해왔다.  오늘날 한류의 바탕에는 미국이라는 거대 문화권의 영향과 상업적 역량이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 전쟁이 끝나고, 주한미군 주둔 후, 대한민국에는 미8군 무대라는, 미국문화와 접촉을 할 수 있는 창구, 미군 부대를 통한 미국 문화의 조직적 유입, 작은 미국(little america)이 바로 생겼다.  그때부터 스폰지처럼 미국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거기에 우리 전통에 기반한 한국적 스타일, 한국적 색채를 적절히 믹스해왔다.

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은 전란과 이후 혼란한 사회 속에서도 시들지 않았다. 단지 우리에겐 자본이 축적이 없었을 뿐이었다. 한국전쟁 특수로 덕을 보고,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해 많은 문화자본을 축적한 일본이 일찍 문화산업적으로 두각을 나타냈을 뿐, 한국 또한 내재적인 능력에 있어서는 충분히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는 이미 60년대에 유현목 감독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바 있고, 당시에도 김기영, 이만희 등 천재 감독들이 있었으며 동남아시아, 홍콩 등에서 한국영화 및 한국 영화배우들의 스타성이 인정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한 시기가 이미 있었다. 칸느가 사랑하는 남자 박찬욱, 아카데미 4관왕의 봉준호가 나타나기까지, 그 이전에 우리 문화계, 영화계에는 다져진 기반이 있었던 것이다. 

또 한류 이면에는 우리나라 문화적 역량의 역사성, 5천 년 오랜 문화 축적, 실제 문화 융성기가 있었던 것을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랜 기간 문화국가로서의 자존심이 있었고, 고려시대에 이미 지금의 반도체 기술 정도에 비견될 수 있는 도자기를 독자기술로 제조할 수 있었던 첨단 기술 보유국이었다. 13세기 도자기를 만들 수 있던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 베트남 일부 정도였다. 

빵점 맞던 열등생에서 갑자기 100점 우등생이 된 것이 아니다. 이미 DNA 속에 가지고 있던 문화민족으로서의 역량이 산업화로, 경제자본이 축적되어 자연스레 문화산업으로 발현된 것이다. 그리고, 그 문화 영향력은 산업적 영향력보다 더 길고, 깊고, 오래가는 것이다. 

문화에도 부침이 있기 때문에 그 문화 기저에 얼마나 단단한 밸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가가 오래가는 문화, 즉 문화적 영향력의 지속성을 판가름한다. 미국 문화가 대중문화니 팝 컬처니 비판을 받아도 세계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미국이 탄탄한 밸류, 인간의 자유의지, 표현자유, 사유재산과 청부의 정신을 강조하는 청교도적 가족주의 중심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거기에다 새로운 것, 좋은 것, 다른 것을 서슴없이 받아들이는 놀라운 포용성과 혁신성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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