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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ine 육은주 Aug 01. 2022

왜 한국이었을까

왜 한국이었을까



사실 우리나라보다 먼저인 80년대 초반부터 국제무대에 떠오르는(rising) 나라가 있었으니, 그 나라는 바로 일본이었다. 당시 미국조차 집어 삼킬 기세였던 ‘재팬 라이징’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매우 강력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보자, 김대중 정권 초기, 국민들의 우려 속에 일본 문화가 전격 개방되었지만, 현재 문화전쟁의 승자는 한국임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 한국이 문화적으로 일본을 제치는, 불과 몇 십 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다. 필자 또한 대학 시절 주변에서 논노 잡지를 보고 일본 패션과 화장을 따라하는 친구들, 엑스 재팬의 음악에 열광하던 친구들, 피카추 디지몬, 재팬 에니메이션에 열광하는 어린 세대들을 가까이에서 보아왔기에 한류가 일류를 선도한다는 것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한류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 세계적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도 말했듯, 대한민국이 만들어내는 문화와 문화상품에 한국만의 밸류가 담겨 있고, 그 가치가 인류 보편의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문화도 표방하는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가치는 일본인들 스스로 일본만의 특수성, 특별성, 특이성을 강조한 덕분에 확장성이 제한되었다. 조직과 집단에 대한 헌신을 강요하고, 개인을 무시하는 집단주의적 특성, 기묘한 변태성(특히 성적인 측면) 등은 유니버설하다기보다는 매니아적 특성으로 차차 한정되어졌다. 

미디어 아울릿은 변화한다.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의 활자 미디어에서, 영화 비디오 영상 등의 영상 미디어, 최근의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각종 디지털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미디어는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컨텐츠는 영원하다. 그 컨텐츠의 바탕은 이야기, 곧 스토리이고, 그 스토리의 근본에는 어떤 가치가 담겨 있어야, 시대와 대중의 선택을 받고, 정서적으로 무리없이 받아들여진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밸류 통합 능력이다. 훌륭한 컨텐츠 제작의 근본, 바탕이 된다.  진정한 밸류 통합 능력이 없이 마케팅 능력만으로는 금방 따라잡히기 쉽다. 일본의 예가 그렇다. 밸류 통합 능력보다는 마케팅 능력이 앞서서 1960년대 이후 80년대 90년대까지 각 분야에서 찬란히 떠오르고 영광누린 재팬 문화를 오늘날 이어가지 못하고 현재 애니메이션 분야 정도에서만 그 영광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내려온 인본정신, 인간 중심의 가치관에 유교적인 예의와 질서가 있고, 서방- 주로 미국으로부터- 유입된 자유, 정의, 민주의 밸류가 있다. 더군다가 우리나라는 지형적으로 국제 정치경제적으로 첨예한 가치 밸류 갈등 선상(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라는 사상 및 체제, 가치 전쟁)에 있기 때문에 잠시도 안심할 수 없는 극한의 긴장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이 다양한 가치 갈등은 또다시 문화를 낳는다. 

한류라는 소프트 파워는 어디서 나왔나. 나라가 망할 것 같은 갈등이 계속되지만 문화는 바로 갈등 속에서 태어난다. 가치 전쟁의 치열한 부산물이자, 가치 전쟁 승리의 무기가 바로 문화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남북한 갈등, 미중 갈등, 우리나라 내부의 극심한 이념 갈등, 세대 갈등, 계층 갈등 등 겹겹이 둘러쳐진 갈등들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문화 창작 관련 소스가 겹겹이, 끊이지 않는 화수분처럼 많은 것이다. 

인류 보편적인 가치에 공감성, 도덕적 민감성, 가치를 공동체의 형태로 공유,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 모두 우리의 전통과 DNA 속에 흐르고 있고 거기에 기원한다. 풍자와 해학의 전통 등이 있고, 외래문화를 키치하게 섞는 퓨전 등을 전통적으로 잘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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