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화의 함정과 잭 웰치의 경영 철학
재무제표는 계속적 기업의 가정을 대전제로 한다. 곧 기업이 계속하여 존속할 것을 가정하고 작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영원히 존속하는 기업이 어디 있을까?
삼성, LG와 견줄 만했던 대우그룹은 1980년대에 현대에 이은 재계 순위 2위를 기록할 정도였으나, IMF 이후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등 무모하게 몸집을 불렸고, 그에 따라 막대한 부채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팬텍(Pantech)은 휴대폰 제조업 시장에서 떠오르는 벤처 기업이었다. 스카이와 큐리텔이라는 당시 피처폰 계의 유명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었고, 해외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점유율 2위, 세계 핸드폰 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안드로이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지만 품질 이슈와 단통법 시행으로 큰 피해를 입고 2017년 모든 사업을 매각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끝없이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해야만 한다.
첼 노드스트롬 (Kjell Nordstorm) 교수와 요나스 리더스트럴(Jonas Ridderstrale) 교수 저 <펑키 비즈니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위대함은 덧없이 사라지며, 특히 기업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사업 조직과 예술가, 운동선수, 주식 중개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짧은 순간에 폭발적인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 (Forbes)>는 미국의 경제 리더들이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조사했다. 조사결과, 1917년 100대 기업 중 39개의 기업만이 1987년에 생존했고, 이 중 단 18개의 기업 만이 100대 기업으로 꼽혔다고 한다. 다르게 말하면 82개의 신생 기업이 시장을 치고 올라왔다는 것이다.
또한 <파이낸셜타임스(Finacial Times)>는 미국의 1,000개의 기업의 40년 동안의 성과 데이터를 측정했다. 그 결과, 장기 생존자 중 시장을 능가하는 기업이 없으며, 더 오래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일수록 성과가 더 낮았다고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생존 실패의 원인을 "탁월한 경영"때문이라고 했다. VoC에 집중하고 상품을 개선하여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시장 경향을 철저히 분석하여 최대의 수익을 약속하는 혁신에 투자 자본을 체계적으로 할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은, 고객이 원하는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에 투자하고 "보수적인" 시장 경향을 분석하여 수익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도 강조했지만 "민첩성"이 중요한 시대다. 혁신적인 기술에 집중해야 하고 새로운 것에 눈길을 두어야 한다. 대우그룹처럼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등 몸집 불리기를 했지만, 유동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맞지 않은 전략이었다. 또한 톰 피터슨은 기업의 거대화는 오히려 변화에 둔감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합병은 이론상으로 "효율"과 "시너지"를 위해 시행한다. "A기업의 가치 + B 기업의 가치 + 합병 시너지 =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론상 합병의 효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실례로 AOL과 타임워너(Time Warner)의 합병이 있다. 2000년에 이루어진 이 합병은 당시 최대 규모였으나, 두 회사 간의 문화적 차이와 전략적 불일치로 인해 실패했다.
해당 합병의 창출된 가치는 (-) 1,480억 달러.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 화이자(Pfizer)는 경쟁사인 워너램버트(Warner-Lambert)를 9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화이자는 '리피토'라는 고지혈증 치료제로 1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워너램버트를 인수하면서 워너램버트의 항경련제 '뉴론틴'의 매출을 더해 미국 연간 매출 9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들의 합병으로 창출된 가치는 (-) 780억 달러다.
미국의 거대 기업 GE의 한 때 경영의 구루로 칭송받던 잭 웰치 (Jack Welch)는 기존의 GE의 관료주의적 기업 문화를 타파하고 다음과 같은 6가지의 철학으로 회사를 경영했다.
하나, 사업은 단순하다.
둘, 너무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
셋,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넷, 관료주의를 타파하라.
다섯, 직원의 두뇌를 활용하라.
그리고 마자막, 가장 좋은 성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고 이들의 생각을 실행에 옮겨라.
우선 인사제도부터 바꾸었다. 모든 직원을 A(20%), B(70%), C(10%) 등급으로 평가해서 C등급은 해고했다. 이렇게 잭 웰치의 경영기간 중 초기 5년 동안 전체 직원 중 4분이 1인 10만 명이 해고되었다. 그리고 실적이 저조한 사업장은 매각이나 폐쇄했다. 이렇게 무려 408개 사업체가 재임기간 중 매각됐다. 또한 아웃소싱도 이용했다. 단순 업무 노동자들은 임금이 낮은 파견 계약직으로 바꾸었다. 제조업 인력의 상당수는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한 해외로 옮겨갔다.
잭 웰치의 경영 방식을 재구성하여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이런 경영 방식으로 잭 웰치는 GE의 주가를 2,000배 이상 뛰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