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곳

이 슬픔은 이유가 없구나!

by 최선우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냥 눈물이 나고 슬프다.

익숙한 불행 때문일까?

바빠서 슬픔을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여유가 생기니 외면하던 감정과 마주하게 되는 걸까?

마음에 힘이 생겨서 슬픔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서 그런 걸까?


예전엔 이 슬픔의 시기에 가족이 끼어들어 그들 때문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이유 없이 그냥 깊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겠다.


10대 때 자살 시도를 했었던 날도 이랬다.

아무 일도 없는 너무나 평화로운 날이었다.

갑자기 동네 약국을 돌면서 수면제를 사 모아 한꺼번에 다 먹어버렸다. TV에서 보는 것처럼 잠자다 죽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우리 집은 항상 전쟁터였고 늘 비정상적이었다. 자해하면서 고통을 느끼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마음의 아픔은 잠시 잊으니까... 그 오랜 우울 속에 살다가 죽음을 선택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다르다.

지금은 그렇게 전쟁터도 비정상도 아닌데... 나는 여전히 평화에 익숙하지 않구나.


이곳에서는 이 슬픔을 감추지 않아도 되니 독자분들께 감사하다. 나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음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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