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곳에 살지 마!

집을 나간 이유를 알게 되었다.

by 최선우

부모님이 부모답지 않은 게 늘 큰 상처였다.

엄마는 나보다 엄마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매번 느끼는 게 싫어서 과거엔 단절을 선택했던 것 같았다.


내가 만일 나의 부모라면

나는 당장 내 딸을 데리러 달려갈 것 같다.

"그런 곳에서 살지 마!"라고 하면서...


나답게 살 수 없고,

영혼이 죽어가는 느낌...


나의 원가족 안에서 끊임없이 절규하던 내면의 목소리는

"그런 곳에서 살지 마!"였다.

그러나 난 너무 어렸고 집을 나갈 수 없었다.


부모님 싸우시면 옆집에서 신고해 줘서 경찰이 오고

태권도 사범이었던 아빠의 폭력은 끔찍했다.


그래서 난 17살에 가출했구나.


출산 후 심신이 지치고 내가 아주 약해져 있을 때

어릴 때 집을 나가고 싶어 했던 그 아이가 건드려지면

몇 날 며칠을 대성통곡하고 결국 집을 나와버렸다.


가족들은 너무 과하게 울고 집까지 나가서 안 들어오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었.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부모님이 가해자라서

집을 나가야만 했던 끔찍한 어린 시절의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신랑이 가해자가 될 때

난 집을 나가버렸고, 너무 오랫동안 깊이 슬퍼했다.


그때의 내가 이렇게 슬펐구나.

아빠도 엄마도 지금도 내 생일을 모른다.

그래서 젊을 땐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여러 번 했었다.


이제야 알았다.


신랑이 뭐라고 하든 말든 영향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랑과 대화를 안 하게 된다.

신랑에게 나의 부모와 같은 모습이 연출될 때 난 그 어린 시절의 아이가 된다.

출산 후 서로 대화 없이 6년을 살았구나...

올해부터는 조금씩 대화하기 시작했다.


애 낳고 6년 동안 내면아이에 휘둘려서 명절때마다 신랑하고 싸우고 울면서 집을 나갔는데, 그런 내면아이를 이제야 알아차리는구나. 자기 자신을 알기란 정말 어렵구나.


강한 감정은 내면아이의 작용이니 어린시절을 살펴보자고 늘 내담자에게 말했었는데...


내가 너무 어린 시절 상처에 갇혀 지내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크게 상처받고

내 안의 내면아이를 돌보느라

밖에 있는 나의 아이에 소홀했다.


오늘 큰걸 깨달았다.

그래서 감사한 하루다.


"그런 곳에서 살지마!"

정작 내가 나와야 할 곳은 물리적은 현재의 장소가 아니라

8살 때 복도에서 주저 앉아 엄마랑 아빠랑 이혼한다고 울었던 그 아이의 감정에 머물며 살고 있는 나였다!


거기서 이제 나와!

그때의 그 상실감과 슬픔과 불안들...

지금은 8살의 너가 아니야.

이젠 거기서 나오렴.

그 에너지와 시간과 노력을 정말 가치있는 곳에 쓰자.


너 안에서 너무 오랫동안 휘둘렸다.

내면의 아이를 돌보느라 정작 너의 어린 딸을 소홀히 대하는구나. 너의 부모가 너에게 했던 잘못을 소중한 딸에게 반복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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