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렇게 친할머니 댁으로 가출 즉 잠시나마 도피란 것을 했습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잠수, 핸드폰 전원을 켜지 않고 정말 은둔생활을 하며 지냈습니다.
철없어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 전 정말 늦깎이 사춘기 시절을 제대로 겪는 듯했습니다.
엄마 아빠의 얼굴은 당분간 보고 싶지 않았고 그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아빠마저 엄마 말 들어라 네가 참아라 등 매번 같은 레퍼토리였습니다) 후, 참 많은 것들이 혼란스러웠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존재가 돼버린 것 같았습니다. 지난 자신의 인생을 이제 와서 부인한다 해도 사실 크게 달라질 것 없는데 그냥 잠시나마 자기 자신을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 줘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위로, 사랑 그리고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봐주고 인정해 줄 누군가의 공감이 내게는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제게 그것을 채워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원했던 것은 이것였는데 그저 '넌 그런 생각을 했었구나' '그런 맘이 들었구나' '그래서 이랬었구나'라는 말들을 전 듣지 못했습니다.
되려 정답만을 말해주려 바쁘셨고 엄마니까 내가 먼저 살아온 선배니까 이렇게 해보면 될 거야 라는 해결책만 제시할 뿐 어쩔 땐 엄마는 정말 남보다 못한 존재 같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사 1
그렇습니다.아무리 기관에 다니는 아이들일지라도 어느 정도 규칙이 존재하는 작은 사회일지라도 그들의 존재가치를 무시하기까지 하면 안 된다는 것, 있는 그대로의 매력 가치는 인정해 주고 어느 정도는 사랑해 주려 노력하는 게 교사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원망 어린 맘이 어느 정도 옅어지고 이제 저는 나답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조금씩 굳혀져 갈 때쯤 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더 이상 할머니댁에 머무를 순 없었기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 새 직장과 보금자리를 알아보는 중였습니다)
그런데 참 타이밍이 아쉽게도 보육교사를 채용하기엔 애매한 시기에 걸려버린 것였습니다.(보통은 3월 새 학기가 시작될 때쯤 채용공고가 많이 뜹니다 그 말인즉슨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였습니다) 원하던 자리는 당연히 없었고(담임교사 채용) 때마침 ○○육아종합지원센터의 보육도우미 채용공고가 뜬 것을 보고는 이게 나의 최선이겠다는 맘으로 밤새 자기소개서를 작성했습니다. 결과는... 합격!
보육도우미? 말 그대로 담임교사 옆에서 보조 역할의 도우미가 되는 일였습니다. 어쩌면 이제 막 작은 세상에 발 들여놓은 지 얼마 안 됐었는데 사실상 제대로 부딪힌 게 없던 저였습니다.(신입교사 3개월 일하고 퇴사) 그런 제게 부담은 크게 안 돼도 먼저 이 길을 택해 걷고 계신 선배님들로부터 이런저런 것들을 배우기엔 꽤 좋은 기회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렇게 전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뭐가 됐든 이 작은 세상이 과연 어떤 세상인지 모조리 다 배우겠다는 각오 하나로 애매모호한 교사 '보육도우미'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