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빛났고 어린이집은 복잡했다
조금씩 드러나는 보육교사의 삶
보육도우미의 삶은 꽤 단순해 보일 순 있어도 제일 필요하다 생각됐던 스킬은 적응력과 순발력이었다
보통 하루 이틀 길게는 삼일 이렇게 정해진 어린이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가는 곳곳마다 정해진 룰 그곳에서의 분위기가 천 차만별였기 때문였다
하루를 일 하더라도 빠른 적응력으로 일에 참여해야 했고 원장님을 비롯한 담임선생님 그 외 다른 선생님들의 요구사항까지 센스 있게 반응해야 그나마 같이 일하기 편하단 인상을 드릴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참 난처하고도 마음 한구석이 답답할 때가 많았던, 결국 어린이집 안에서 선생님들의 민낯이 보이기 시작했다(미리 말씀드리지만 정말 몇 안 되는 분들이 계실 뿐, 각자의 자리서 애쓰시는 수많은 보육현장의 선생님들을 항상 존경합니다)
1 ○○가정어린이집
이곳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참 프리한? 스타일이셨다 책상 위를 거침없이 올라가는 아이를 그저 바라보며 내려오라는 말만 던질 뿐 거울 보며 머리 만지기 바쁘셨기 때문였다 그리고 몇몇 아이를 특정해 우스갯소리로 험담까지 하시는 걸 보곤 응? 뭘까?라는 선생님의 자질까지 의심하기도 했던
하지만 난 그 반의 담임도 아녔고 단순 보조역할의 교사였으니 맡겨진 일에만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문제아처럼 보인다는 그 아인 내 눈엔 그저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헤어질 때쯤 내게 따뜻한 고백까지 했던)
//내가 생각하는 교사 2
아이들은 교사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봐주느냐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난다 사랑을 주느냐 편견을 갖고 대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똑같이 되돌려준다 거짓말하기도 어려운 참 순수한 존재들인데 오히려 어른인 교사가 그 순수함을 가릴 때가 많다 교사는 날마다 갖고 있던 편견을 잘못된 사랑을 버려야 할 것이다//
2 ○○가정어린이집
이곳에선 원장님이 맡은 가장 어린 반의 보조로 들어갔었다(보통 가정어린이집에서 원장님은 0세 반을 맡으신다) 그런데 원장님은 하실 일이 많았기에 전적으로 내게 아이들을 맡기셨고 몇 가지만 지켜달라 말씀하실 뿐 다른 요구사항은 없어 보이셨다 그런데 그건 내 착각였다 잠시 후 교실 문을 열고는 이것저것 얘기하신 게 많았고 원장님의 바람은 계속해서 늘어만 갔었다 느낌이 싸한 게 이러면 교사는 그 반 담임교사로서 근무하긴 어렵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역시나 곧 그만두신다는 선생님이 둘이나 있다고(다른 선생님이 얘기해 주셨다)
//내가 생각하는 어린이집 1
어린이집에선 원장님 역할만큼이나 교사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 역할의 자질을 역량을 원장님 맘대로 다뤄선 안 될 것, 담임교사 일에 있어선 믿고 맡기는 나름의 신뢰관계 또한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 못 미더운 부분의 모습이 있더라도 그 반의 담임교사로 맡겨진 이상 너무 많은 간섭, 관심은 좀 자제해 주시길//
3 ○○가정어린이집
그나마 이곳에서 만난 원장님과 담임선생님께 참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었는데(나의 롤모델로 삼게 된 선생님이셨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0세 반으로 가장 어린 반을 맡으셨던 이 담임선생님은 주임선생님이시기도 했다(주임: 원장님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 선생님의 성품은 아이들을 대할 때 사랑이 그대로 드러났고 동료교사를 대할 땐 단점마저 감싸주며 함께 이끌어가겠다는 포옹의 리더십이 보였기 때문였다 그래서일까 원장님 역시 주임선생님께 여러 의견을 물었고 함께 머리 맞대고 좀 더 나은 보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시는 게 느껴져 존경스러워 보이기까지 했기 때문였다
//내가 생각하는 어린이집 2
어린이집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팀워크는 사랑과 용서라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육하려는 노력만큼 함께 일하는 원장님 동료교사와도 꼭 존재해야 하는 게 서로 간의 존중, 배려, 사랑였음을 말이다 팀워크는 언제든 깨질 수 있으니 모두가 노력함으로 지켜져 가는 게 중요하단 것 또한 알았다 그러면서 주임교사 역할의 중요성까지 깨닫게 되었던 시간였다//
그렇게 가정어린이집 위주로 한 달간 열심히 일하며 돌아다녔을 때쯤(교통비 따로 지급됨) 센터 담당자님께 연락을 받았다 급하게 어느 곳에서 대체교사를 구한다는 얘기셨다(대체교사 말 그대로 담임교사 대타로 아이들을 보육해야 하는 역할였다) 여러 원장님들께 나름 (보육도우미로서) 호평을 받았던 덕분였을까 그렇게 난 생각지 못하게 대체교사로 출퇴근을 하기도 했다
4 ○○민간어린이집
꽤 규모가 있었던 어린이집 아이들이 많은 만큼 교사의 수도 많았다 또 나름의 체계, 서로 간의 질서(반별로)가 잘 잡혀 있는 게 보였고 무엇보다 이번에 맡았던 반 아이들은 5세(만 3세)였기에 처음으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수업도 해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했다
이 일로 알게 됐던 건 연령이 높을수록 교사로서의 수업 질이라던가 내용면에서의 준비 부분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 특히 보육을 넘어 교육이란 부분을 어느 정도는 접목시켜 아이들과 꽤 재밌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누리교육 또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었다
이렇듯 보육이란 세계 보육교사로의 세계 또한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광대하고 뭐든 꿈꿀 수 있는 도전이 가득한 곳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 도전들이 미래 꿈나무인 아이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들이란 생각에 내가 바랐던 소명에도 한걸음 더 다다를 수 있었던 시간였었다
이렇게 보육도우미로서(가끔은 비공식적 대체교사로서) 쌓아져 가는 나의 보육교사로서의 기본기가 차곡차곡 쌓아져 가고 있었다 마치 아기돼지 삼 형제 중 막내 돼지처럼
꿀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