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다시 재시작
어서 와, 이런 곳은 첨이지?
나의 애피타이저 같던 약 한 달간의 보육도우미 근무
그 어느 때보다 여운이 길게 남았을 정도로 내겐 버릴 것 하나 없는 경험들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머릿속에 두기만은 아까워 이젠 진짜 실전에 뛰어들기로 맘먹고는 새로운 지역 여러 어린이집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가급적이면 엄마가 계신 지역만은 피했다)
그렇게 면접을 보러 다니고 혼자 자취할 생각으로 방까지 알아보던 중, 일단 모아놓은 돈이 많진 않았기에 할 수 없이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런데 타이밍 참 절묘하게, 사귀던 남자친구(지금의 남편)가 이쪽으로(남자친구 직장 있는 지역) 직장을 잡을 거면 같이 살자는? 급 고백을 했었기에 그렇게 난 결혼준비까지 시작하게 되었다
집으로 복귀는 했지만(부모님과 어느 정도 풀고) 새 직장을 다님과 동시에(장거리 출퇴근) 급 결혼준비를 하며 진짜 독립을 계획했던 나란 사람, 잠깐의 가출이 나의 많은 것들을 용기 내게 했고 이전과 다르게 펼쳐질 새로운 세상이 기대 가득하게 그려지기만 했다
그런데 역시 내 인생은 하나가 풀리는가 싶음 또 하나가 엉키기 쉬운 아이러니 같은 드라마 같았달까
새롭게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에서의 첫 담임생활, 그래도 나름 사회생활 이것저것 했던 나였기에 어디서든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는데 이곳은 정말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어린이집, 보통의 직장과 달리 여성이 주를 이뤄 조직을 구성하고 나름의 룰이 있지만 각 반에서만큼은 개별적인 세상 또한 존재한 신기한 세상였다 작은 아이들과 1차원적 관계를 맺지만 결국은 그 아이의 엄마와도 관계를 맺게 되는 꽤나 복합적인 2차원적 관계까지 이뤄지고 주임교사를 중심으로 원장님과 다른 선생님들과의 관계 즉 상사, 동료와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지는 직장 세계였음을 단 며칠 만에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모든 어린이집이 이와 같진 않겠지만 비슷한 애로사항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서의 생활 안타깝게도 내가 다시 재시작을 외치며 내디딘 첫 직장은 잊지 못할 사건들이 많았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나의 목표가 돼버리고 말았다
잊기 어려운 그 사건들 드디어 풀어볼 차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