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우미 Nov 02. 2023

선생님 그렇게 일하시면 안 돼요?

나는야 아웃사이더

면접 때 인상이 참 좋으셨던 원장님

나름 운영 원칙 또한 내가 바라던 이상과도 어느 정도 맞아서였을까 많은 것들을 기대하고 설레는 맘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환영회까지 열어주시며 함께 지낼 동료 교사들과도 웃으며 얘길 나눴는데 딱 거기까지


며칠이 지나자 분위기는 전혀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임교사를 중심으로 두 세 갈래의 파가 나뉘어 있었고 알게 모르게 서로를 이간질 험담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였다(교사만 모두 8명였다)


중간에 투입된 나로선 사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참 많았었고 그저 나는 내 일만 하자 라는 주의였어서 사실 별 신경조차 쓰진 않았었다 그런데 한 명이라도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선생님들의 이간질이 내 귓가에도 맴돌 때쯤 그나마 가깝게 일하던 선생님께서(한 반에 교사가 2명 배치, 같은 공간에 계속 함께 있어야 하기에 가까워진 선생님) 내게 "선생님 사회생활 그렇게 하시면 안 돼요"라고 던진 말이 시작이 되었다 응?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었을 때(별 대꾸도 하지 않고 웃어넘겼던) 30분 정도 지났나 내게 급 달려오더니 믿을 사람 하나 없다면서 다른 선생님 욕을 하고 있지 않는가


그렇게 나는 비공식적으로 아웃사이더가 되기로 맘먹었다


그러고 나서 드라마 같은 상황이 매일같이 일어났다 몇몇 선생님들 간의 우리와 함께 하자는 주위의 포섭이 난무했고(참 유치한 순간들) 쉬는 시간 몇 차례 소동이 일어나기도 말싸움과 몸싸움까지..

어디 가서 얘기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내가 본 상황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어린이집이 신설되고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조화를 이뤄 팀워크를 만들어야 할 상황였는데 만나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 만났던 탓였을까(각자의 보육 스타일이 다르고 주장하는 생각이 다르면 이리될 때가 많은 듯), 안타깝게도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는 결국 학기가 끝날 때쯤 떠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끝까지 외로이 지낸 아웃사이더로서 그렇게 살아남았다 상처받고 싶지 않았고 상처 주고 싶지도 않아서 그렇게 일에만 몰두했던 나, 그들과의 어색함은 뒤로한 채 반대로 내가 얻은 게 있다면 맡겨진 아이들 엄마들과의 두터운 신뢰와 사랑이 생겼고 이를 바탕으로 한 보람 있는 수료식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원장님의 신임까지


선생님들과의 헤어짐 속엔 사실 비벼댄 정이란 게 만들어진 팀워크이란 게 크게 없었어서 아쉬움도 남아있지 않았었다 단지 안타까움과 허무함이 공존했던 쓸쓸한 분위기밖에는 느껴지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다시 새 학기가 시작될 때쯤 새로 뽑힌 선생님들과 몇몇 남아있던 선생님들과의(나 포함)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다시 재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