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새로이 뽑힌 선생님들 새로운 반의 새 아이들까지 3월은 모든 선생님들의 적응기간이라 불릴 정도로 정신없는 나날들의 연속일 것이다
나 역시 3세였다가 이번엔 4세(만 2세) 반을 맡았고 정해진 인원 7명에 플러스 2명까지 더 맡아 그야말로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추가보육이 이뤄졌기에 보조교사 선생님이 들어오실 정도였으니 우리 반은 북적북적 분위기가 따로 없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과의 관계, 어머니들과의 관계는 무난하면서도 무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아무 일이 일어난 것 같지 않았지만 사실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어린이집 좋아요 선생님 좋아요) 우리 반의 이미지는 모법적인 반(교사-아이-부모의 트라이앵글)에 가까울 정도였다
내가 생각하는 교사로서의 맘가짐은 '어린이집'이란 단어대로 어린이들을 위한 집이 되어주면 되는 것였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돌보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단순히 어른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곳이 아닌 어린이들이 충분히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뽐낼 수 있으며 배움이 존재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진심이 전해졌을까 난 아이들의 미래가 참 밝아보였다 그리고 기대가 되면서 내가 교사가 된 것에 보람을 느꼈었다 그리고 그 진심이 어머님들께 또 어느 순간 원장님께 마저 보였을 때쯤 따로 보자는 얘기가 있으셨다
그 얘기의 본론은 내게 '주임교사'가 되어줬음 하는 제안였다 아직 제대로 된 경력 없는 보육교사에겐 너무나 과할 수 있는 과제이기도 했는데 한편으론 지난 학기 아웃사이더 시절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바람과 나만의 이상들이 참 많았어서인지 욕심도 났다 또 그땐 뭐든 주어진 기회 거절보단 맛보기라도 해보자 라는 용기도 있었어서 고민이 그렇게 길진 않았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면 이미 주임교사로 일 중이신 선생님께 실례가 될 수 있어 삐그덕거릴 수 있는 이 관계가 신경 쓸 뿐이었다(그때 당시 주임선생님은 원장님께 잦은 호출과 어머님들의 컴플레인, 교사들 간의 아쉬운 팀워크로 또 파가 나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예상했듯 그 선생님과의 불편한 관계가 시작됨과 동시에 주임교사가 되었다
주임교사로서 나름 열일하며 깨닫게 된 게 있다면
일단 소통의 중요성 그리고 완벽한 팀워크를 이뤄간다기보다 먼저는 각자의 보육 스타일을 인정하되 화합이 필요한 시점에선 서로 간에 존중과 배려가 이뤄져야 함이 그것도 함께 일하는 모두가 지속해서 노력해야 가능한 일였고 어느 순간 우리들만의 팀워크 역시 형성될 수 있겠다는 것였다
이러한 나의 큰 그림이 그려지기까지 사실 어려웠던 순간들이 많았다
서로 간의 좁혀지지 않는 의견, 각 반의 상황을 존중하면서도 팀워크를 이뤄야 할 땐 어느 기준에 맞춰 행사를 준비해야 할지의 고충, 심지어 주임교사라는 이유로 선생님들께 약이면서 독이 될 수 있는 말들을 해야 할 때, 특히나 주임교사로 일하셨던 선생님의 비협조적 태도와 독단적인 행동들은 나의 의욕과 어렵지만 꿈꾸게 되는 바람들을 처참하게 무너뜨릴 때가 많았기 때문였다(나와 반대되는 사람을 포옹하고 이 사람마저 함께 이끌기 위한 리더십의 중요성을 느꼈던 순간)
또 꽤 복합적으로 돌아가는 어린이집 상황은 사실 원장님과의 소통, 중간자 역할에서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 참 많았는데 경험치 부족과 주임교사로의 교육 또한 따로 받지 않았던 나에겐 참 어렵고도 외로운 길이였다고 생각됐다
(안 되겠다 싶어 추후 따로 공부하고 나름의 주임교사로서 역할 및 업무 분담까지 메모할 수 있는 건 다 해가며 정리노트까지 만들어놨었다/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이러닝교육 참고)
그렇게 길고 긴 터널을 지나면서 불편했던 선생님과의 관계도 지혜롭게 풀어갔고 여러 행사를 준비 함께 진행해 가며 우리 만의 팀워크가 꽤나 손발이 착착 맞을 정도로 이뤄갈 때쯤 이번 학기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첫 주임생활도 막을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