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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미 Dec 20. 2023

네가 성장할수록

나 역시 함께 겪는 일들


올 해가 며칠 안 남았다 생각 드는 요즘, 다가올 새 해 역시 곧 있음 오겠구나 싶었다.

좀 더 디테일하게 얘길 하자면 육아 인생 역시 5년 차에 접어들겠구나 싶은? 그렇다, 곧 있음 딸아이가 5살이 된다.

그리고 유치원에 갈 예정이다.


다니게 될 유치원


좀 전에 입학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돌아오는 길, 오고 가는 와중에 초등학생들이 보였는데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뒤엉키는 기분였다. 딸아이가 학교를 다닐 것도 아니고 그저 유치원에 갈 뿐인데 벌써부터 학부모가 된 기분였달까.

어쩌면 학교와 붙어있어 그런 기분이 들 수 있었겠지만 예상컨대 어린이집과는 또 다른 부모와 학부모 사이의 어느 중간자 위치에서 유치원생 부모 노릇을 하고 있을 건 분명했다.


그리고 순간 아이가 있기에 또 그 아이가 성장하고 있어 나 역시 경험할 수 있는 상황였음을, 이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지금의 이 과정들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올 해를 돌아보면 내겐 참 감사한 것들이 많았는데 아이가 성장함에 있어 나란 사람 역시 아이로 인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때론 너무 힘들고 지쳐 혼란스러울 때 모든 걸 피하며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 순간이 지나온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듯 그저 지나갈 쉼표 같은 것였음을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그 선택들이 지금 이렇게 감사할 수 있는 내가 된 것일 테고 지나온 시간을 감사로 여길 만큼 나 역시 좀 더 성장했다는 증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면 나란 사람의 육아관에 대해서 앞으로의 육아 방향에 대해서 좀 더 뚜렷해지는 시간였었다. 사실 유치원 등록 신청이 있기 전 지금의 어린이집 생활을 나름 만족하며 지내왔기에 지원을 망설이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아이 성향이나 지내온 상황들만 살펴봐도 안정적인 환경이나 분위기, 아는 사람들 속에 있음 내년 역시 아이도 나도 더할 나위 없이 편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였다. 그런데 왜 사서 고생을 할까, 왜 모험을 하려고 했을까 그리고 부모의 선택으로 내 아이마저 이 같은 상황을 겪게 하는 이유가 뭘까 물음표가 이어져 가는 순간 깨달았다.


내가 바라는 육아는 안정적인 것만을 고집하진 않겠다는 것였다. 익숙함보다는 불편함 또한 배워 새로운 편안함을 찾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물론 그 과정이 얼마나 쉽진 않은지 잘 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생각보다 험하고 낯설고 부딪혀야 할 것 투성이란 것도 안다. 그런데 그렇다고 배우지 말라고 하기보단 오히려 난 어떠한 감정을 겪든 그 감정 또한 배우길 바라는 엄마라는 걸 알았다.


최근 여러 지인들로부터 대안학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받았었는데 모태신앙인 나로선 인생에 신앙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신앙생활을 대안학교가 대신해주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안정적이고 위험이 크게 있을 법한 분위기는 아니라 안심된다, 학업만큼 신앙의 크기 역시 같이 커 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학교라는 것에 매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학교(일반) 분위기나 같이 어울리게 될 아이들과는 어떻게 생활할지 이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것였기에. 


무엇보다 지금의 내 선택처럼(익숙함보단 새로운 불편함의 유치원 선택) 안전한 신앙의 울타리를 쳐주려 한다기보다는 진짜 세상이란 곳에서 하나님과 자신의 신앙을 잘 지켜갈 수 있는 과정을 겪길 바랄 뿐이다. 즉 나란 엄마는 내 아이의 신앙 역시 학교도 나도 책임질 수 없고 책임져서도 안 됨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난 아직까진 대안학교를 택할 마음은 없다.(남편과도 이 부분은 동일한 생각)


며칠 사이 이 같은 과정을 겪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보니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 선택에는 어떤 생각이 깔려있고 그래서 나의 태도와 행동에는 어떤 신념이란 게 들어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이가 있어 할 수밖에 없는 선택 들였는데 결국은 내가 어떠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었는지를 어떠한 사람으로 살 길 바라고 또 내 아이를 이렇게 키우고 싶었단 것을 깨닫게 되었던 시간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많은 것들이 두려운 만큼 각오와 기대 또한 커지는 것 같다. 인생은 부딪힘과 선택의 연속, 앞으로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나 역시 잘 모를 때 많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선택들에 있어 앞으로 더 성장할 내가 서 있을 거란 것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겨울아 잘가, 봄아 어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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