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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미 Feb 03. 2024

칭찬일기

내 자존감 세우기 프로젝트


드라마를 보다 어느 한 배우가 언급한 '칭찬일기'라는 단어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안 그래도 스스로를 자존감 낮게 생각해 나름의 노력을 하며 사는 중였는데 참 생소한 제안 같았달까요. 그렇게 전 올 해가 시작되면서 다이어리 한 챕터를 칭찬일기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칭찬일기 첫 페이지


이전에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일기나 현재까지도 교회를 다니고 있다 보니 감사일기 또는 묵상일기 등 기독교적 분위기가 풍기는 이야기는 자주 썼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칭찬한다는 내용의 일기는 사실 처음부터 조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는 선한 말, 격려와 위로의 말, 힘이 되어줄 법한 메시지를 남기는 게 스스럼없었는데 자신에겐 왜 이리 야박하게 구는 건지 왜 그렇게 몰아세웠는지 그저 내 기준 조금만 낮춰 '이마저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토닥여줘도 됐을 법 한데 그게 뭐 그리 어려웠는지 스스로에겐 내뱉어본 적 거의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였습니다. (이제 와서 글로 쓰려니 그때의 상황, 느꼈던 감정 다 표현하긴 어렵겠지만) 뭔가 바닥을 치던 자신이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통을 마음의 어려움을 쉽사리 털어놓을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지는 듯한 상황였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바닥에 누워 가만히 숨 죽여 있었는데 문득 이렇게 (어둠 속으로) 끌려갔다간 진짜 헤어 나오기 어렵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와는 반대적인 생각을 해가며 몸이라도 일으켜야 일단은 (어둠 속에서) 벗어날 수는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실천으로 옮기고 음악을 들으며 청소를 했었나? 급 오늘 꼭 해야 할 일을 하나라도 해보자라는 식으로 몸을 움직이다 보니 (어둠이란 것으로부터) 점점 기분이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성경말씀 몇 구절 읽으며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다시 맘 잡고 살아가려는 어느 기준선까지(올해 목표로 잡았던 기준선) 되돌아오다 보니 어느새 내가 잠깐 그 어둠이란 것에 속아 넘어가고 있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성경적인 관점에선 사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생각나는 지인이 있어 급 안부만 여쭸는데 나의 이야길 하지 않았는데도 지인 역시 이러한 상황였어서 꽤나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겨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이게 뭘까? 마치 내 마음을 알아차린 것 마냥 눈가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순간 먹먹했던 마음이 더 이상은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환한 빛이 되어 제 맘 속에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 스스로 몸을 일으켰던 것, 성경말씀 앞으로 나아갔던 것(성경구절을 읽었던 것) 그리고 막막하다 생각했던 것으로부터 벗어나 말씀에 비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길 실천했던 것(말씀을 그대로 따라 삶 속에 적용하려고 하니)까지.


누군가에겐 별 일 아닐 수 있겠지만 나에겐 이전과 달리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 것에,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자신보단 타인을 생각하며 안부를 묻고 결국은 사랑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까지 해서(상대방 역시 연락을 받고 안부를 나누며 각자 받은 감사한 것들을 나누기까지) 이 날은 제게 있어 특별한 날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이러한 자신을 칭찬일기에 첫 번째로 써 내려갔습니다.


자신을 칭찬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열렬히 말이죠.

한없이 추락할 수 있었고 그날은 모든 게 꽝이야 라며 자포자기 식의 하루로 망칠 수도 있었습니다. 오늘만큼은 자신을 건들지 말라며 으르렁 거릴 수도 있었고 그러니 나에겐 모든 걸 허용해 달라며 자기 연민에 빠졌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지 않았음을 칭찬했습니다.


자신의 태도를 한 순간에 바꾸기란 정말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번씩 물꼬를 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의 깨끗한 물들이 흘러들어오기도 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서 쉽지 않은 일을 해야만 했을 때 그 일을 결국 했고 그로 인해 더 나은 나의 상황을 마주했다면 이때만큼은 열렬히 자신을 칭찬해 주길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각자의 선택에 참 많은 수고로움과 노력이 들어갔을 작가님들 모두 칭찬합니다. 평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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