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남편이 건네준 선물

by 다움

금요일 저녁이면 남편이 서울 집으로 올라온다.

평일에는 부여에서 일하고, 주말에만 함께 시간을 보내는 주말 부부다.

이번주는 골프를 치고 토요일 저녁 무렵에 집에 왔다. 남편의 손에는 검정 비닐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무심코 봉투를 받아서 들여다보니 꽃과 딸기가 들어 있었다. 남편에게 꽃을 선물받은 것이 언제였던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아득할 만큼 오래된 일 같았다.


문득 다음 주 월요일이 결혼기념일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얼마 전 내가 꽃에 대해 썼던 글을 남편이 읽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꽃 선물을 받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남편에게 받았던 꽃에 대한 시를 적어놨었다.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이내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꽃을 꽂아 둘 꽃병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집 안을 뒤져 보았지만 제대로 된 꽃병은 찾을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물병과 작은 유리병을 찾아 꽃을 나누어 꽂았다. 그렇게 거실 한쪽에 두었을 뿐인데 공간의 공기가 달라졌다. 거실이 갑자기 화사해졌다. 창밖의 빛이 더 깊이 들어온 것처럼 집 안이 환해졌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꽃을 선물하는 것이구나.


나는 꽃을 보며 몇 번이나 “예쁘다”를 되풀이했다. 그때마다 남편은 내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괜히 마음을 간질였다.


남편은 부여에서 꽃을 사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언론 매체에서도 소개되었다는 작은 꽃집이었다. 아버지와 딸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혼자 계신 아버지를 남겨 둘 수 없어 결혼도 미루고 꽃집과 화원을 함께 꾸려 간다는 딸의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나 보네.”


내가 무심코 그렇게 말하자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혼자 되신 아버지가 걱정돼서 그런 거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딸바보인 남편에게 감동의 중심은 역시 거기에 있었구나 싶었다. 딸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이 남편 마음에도 깊이 닿았던 모양이었다.


꽃은 거실 어항아래 놓아두었다. 가족들이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바라보고, “참 예쁘다”는 말을 건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남편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번지고 있었다. 마치 집 안에 봄을 들여온 사람처럼 환해졌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은 다시 부여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둘러 짐을 챙기다가 슬쩍 내 곁으로 다가왔다.


“하도 꽃 타령을 하길래 사 온 거야.”


마치 비밀을 하나 털어놓듯 귀띔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가 무심코 꺼냈던 말들을 흘려듣지 않았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슬쩍 덧붙였다.


“오래 보고 싶으니까 다음에는 화분으로 사 와.”


농담처럼 말했지만 은근한 부탁이었다.

남편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나는 종종 말했다.

“돈 아깝게 꽃을 뭐 하러 사.”


아마 남편은 그 말을 그대로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꽃을 집에 두어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보름 가까이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설레게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꽃을 든 남자.

이제 내 남자가 조금은 낭만적인 사람으로 변해 가는 걸까.


물병과 유리병에 꽂힌 꽃들이 아름답다. 그 꽃을 바라보는 마음도, 그 꽃을 사 온 사람도 함께 따뜻하게 느껴지는 일요일 저녁이다.


이 소소한 행복이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러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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