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인식

by 진혁

아침은 피곤하고,
출근은 짜증나고,
퇴근은 잠깐 후련하다.


내일은 걱정된다.
근데 왜 그런지도
이젠 잘 모르겠다.


릴스를 보다 보면
그 생각도
흐릿해진다.
그리고
잠이 든다.


지겹고,
따분하고,
반복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제가 어제인지,
그저께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가끔은 생각나지 않는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걸까
그냥 흘러가고 있는 걸까.


할 게 많고,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한다.
나는 그걸
뒤쫓는 일에
매일을 쓴다.


뭘 선택한 건지도 모르겠고,
그냥
필요하니까 반응한다.
파블로프의 개.
그 말이
지금의 나에게 너무 정확하다.

지하철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본다.


다들 나랑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무표정.
피로.
눈동자에 초점이 없다.


그래서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어서.

근데,


가끔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초롱초롱한 눈.


가볍지 않은데 맑은 얼굴.
그 사람은
나를 보지 않지만,
내 안에서


무언가가 움찔거린다.

그 눈이

말을 건 것도 아닌데
나는 피하고 싶어진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내가 몰랐던 내 상태가
타인의 눈을 통해 튀어나오는 기분이다.


내 표정은
언제부터 이랬을까.


내 눈은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언젠가
나도 초롱한 눈을 하고 있었던 적이 있었을 텐데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게
조금 낯설고,
조금 불편하다.


그래서 오늘은
이 하루를
잠깐이라도 붙잡아 보기로 한다.


감정이 흘렀던 순간,
말이 사라졌던 이유,
표정이 굳어졌던 경로.


모두 알 순 없더라도,
무엇을 바라보는 내가 생겼다는 건
그 전엔
누가 여길 살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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