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거리는 은행열매의 구린 냄새를 뒤엎는 초콜릿 향이 떠돈다.
편의점 진열대는 빼빼로로 무장했고, 아이들은 빼빼로를 사기 위해 부모님을 조르며, 연인들은 서로에게 과자를 건네며 ‘너무 얇아서 부러지겠다’는 농담을 나눈다.
현직일 때 내가 있는 사무실에도 빼빼로가 놓인다.
아예 연말을 지나 심지어 해를 지나서도 굴러다닌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11월 11일이면 우리 농경문화에 맞게 차라리 젓가락데이나 가래떡데이로 바꾸면 어떨까?”
먼저, 젓가락의 날이다.
젓가락은 짝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한쪽만으로는 아무리 길고 반짝여도 떡볶이 하나 제대로 못 집는다.
과일은 찍어먹을 수 있다고??
우리는 숟가락 젓가락 문화이지 포크문화는 아니다.
요즘 같은 ‘혼밥의 시대’에 젓가락은 ‘함께 먹어야 맛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알려준다.
둘이 나란히 움직일 때 가장 쓰임새가 있고, 사람에게 유익한 도구임을 안다면...
그럼, 가래떡은 어떨까.
아무려면 어쩌랴.
하얀 그 모습은 백의민족의 상징이고, 긴 형태는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고나 할까..
심플하지만 쫄깃하고, 아무 양념 없어도 맛있다.
게다가 구워서 조청에 찍어 먹으면, 진한 인생의 단맛이 난다.
어쩐지 그건 ‘사랑’보다 ‘정’에 가깝다.
우린 달콤한 과자보다 따뜻한 떡으로 마음을 나누는 민족 아닌가.
기업이 만든 빼빼로데이도 좋다.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고 나눌수만 있으니 말이다.
아무려면 어쩌랴.
하지만 사람이 만든 온기의 날이 더 오래 남는다.
젓가락데이나 가래떡데이가 우리 정서와 가깝지 않은가.
더구나, 쌀소비 부진으로 우리의 주식인 쌀이 자취를 감춰가고 단맛만 추구하는 성향으로 인해 국민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