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목적지에 대한 단상
그곳을 가겠다는 의지가 목적이 된 장소를 목적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목적 없이 간 여행지는 목적지가 될 수 있을까.
파리는 30만 원이었다. 가본 적도 없으니 가보자였다.
아이슬란드는 내가 떠나는 날짜에 동행을 구하는 공고를 본 까닭이다.
마침 편도가 9만 원이었다.
로마는 편도가 8만 원이었다.
큰 의미는 없었다. 가격 순으로 정렬하니 그곳이 목적지가 되었을 뿐이지.
강렬한 목적이 반영되지 않으면 목적지가 아닌가? 아직 모르겠다.
목적을 운운하기엔 놓칠 수 없는 금액이었던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