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반차를 쓰고 병원에 다녀왔다.
어제는 반차가 주는 안도감에, 밤을 버티다 버티다, 기억이 나지 않을 어느 시간 즈음에야 눈을 감았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과 날씨와 풍경과 안쓰럽게 앙상한 식생들을 지나,
(어딜 가나 보이지만 오늘 특히나 유난스럽던) 시위 현장을 가로질러 병원 입구로 들어섰다.
어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지.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번화가나 백화점도 아닌 병원에,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지.
다들 아픈 걸까, 혹은 아프지 말아야겠다, 혹은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즐거울까, 혹은 아프지 말아야겠다, 혹은 다들 아프지 말았으면, 정도의 연속적인 생각으로 진료실에 도착했다.
나무 문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는 대기실과 진료실에 당황하는 사이에 내 진단은 끝나 있었다. 적당히 약을 챙겨 먹는 것으로 하고 병원을 나섰다.
여전히 유난스럽게 느껴지는 시위 현장을 약간은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확성기 소리가 조금 잦아들자 찡그린 미간이 느껴져 얼른 표정을 풀었다. 주름 생기면 안 돼.
점심은 뭘 먹을까. 출근 전에 맛있는 거라도 먹을까, 하는 사이 휴대폰이 울렸다. 친구였다.
"오늘 축구한다는데, 누구랑 봐?"
"나 오늘 맥주 교육이 있어서 늦게 끝나."
"넌 맥주를 축구랑 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