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직요괴 Jan 14. 2024

10개짜리 글 묶음의 의미

이번이 벌써 10번째 글이 되었다. 그 말인즉슨 지난 11주 동안 매주 한편 씩 써왔던 글들을 모두 묶어 브런치북으로 발간할 수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한 주를 건너뛴 덕분에 10주가 아닌 11주가 되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10개의 글을 쓰는 건 예상보다도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오랫동안 글쓰기를 놓아 작문 근육이 모두 초기화된 상태였기에 더더욱 쉽지 않았다. 매번 무슨 내용으로 적어야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 애초에 전체적인 구성이나 결말, 기승전결에 대한 고민은 제쳐두었기에 당연한 바였다.


첫 글에서 예견한 나의 미래는 역시나 현실이 되었다(feat. 망글 똥글)


그럼에도 내가 이 브런치북을 만들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우선 매주 글을 적는 습관을 들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욕심 내서 무리하고 싶진 않았다. 초반 부스터는 그만큼 빠른 소모를 불러온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 정도면 할 만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주 1회 연재로 결정했다.


한 달이 지나 5~6개쯤의 글을 발행했을 때엔 확실히 처음보다 훨씬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흘러가는 일상에서 작은 단서를 붙잡아 글자로, 단어로, 문장으로 치환해 보는 습관이 조금씩 자리 잡으면서 써보고 싶은 또 다른 주제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침 퇴사라는 이벤트가 겹치며 <당신의 퇴사 생활은 안녕하십니까> 라는 브런치북도 추가로 연재하게 되었다.


2021년 9월부터 2024년 1월 현재까지 발행된 글은 총 46개다. (이 글까지 합치면 47개가 될 것이다.) 다른 부지런한 작가님들이었다면 벌써 몇 배 이상의 글을 남기고도 남았을 짧지 않은 기간이다. 비슷한 시기에 브런치를 시작했던 작가님 중에는 이미 출간작가가 된 분들도 더러 있다. 그 모습을 음흉하게 지켜보며 게으름만 부리던 나는 혼자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것이 무척 괴로우면서도 현실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했다.


글쓰기와 멀어지면서 솟구치는 감정을 현명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하나 잃었고, 넘쳐나는 생각을 정리할 기회는 사라졌으며, 순식간에 사라진 열정이 냄비 근성처럼 느껴져 또다시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 게다가 주변 상황까지 악화되어 안팎으로 위기가 찾아오면서 '나'라는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 글쓰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쓰는 글들은 부족하더라도 꾸준하길 바랐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괜찮았다. 어쩌다가 내 브런치를 찾아온 분에게도 1주일이 넘지 않은 따끈따끈한 글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어느새 역린이 되어버린 꾸준함에 대한 열등감을 깨부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10편의 글을 썼고, 완성도는 미약할지언정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그 자체로서도 내게는 큰 의미가 되었다. 때로는 감정의 해우소가 되기도, 묵혔다 꺼내보면 더욱 재미있는 일기가 되기도, 누군가에게는 공감의 기쁨을 주는 선물이 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럼 고작 11주 만에 완벽히 꾸준한 사람이 되었느냐? 당연히 그것도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나태하다. 세워둔 계획을 지키지 못할 때도 많고, 귀찮다는 말 역시 단짝의 지위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적어도 꾸준하지 못한 모습을 회피하지 않는다. 두 달 넘게 이 주제에 대해 파고들어 보니 내가 늘 꾸준하지 않은 사람만은 아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구나 그런 것이다. 꾸준한 부분이 있으면 꾸준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그동안은 너무 한쪽 면에만 매몰되어 나 자신에게 엄격하고 부정적인 잣대를 들이밀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굳건했던 열등감엔 또렷한 금이 생겼다. 꾸준하고 싶다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된다. 그리고 언젠가 만약 그 꾸준함이 어떤 결실을 맺는다면 신나게 기뻐하고 축하하면 될 일이다. 당장 아무런 결실이 없다고 해서 미리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좌절할 필요도 없다.


이 책은 이렇게 마무리를 짓지만 인생은 아직 한참 남았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좋지만 지난 노력에도 늘 후한 점수를 주는, 나에게 보다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제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려고 한다.


조악한 글을 끝까지 봐주신 분들에게 진심이 가득 담긴 감사와 응원을 전하며.



2024년 1월 14일,

요괴 드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