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라면 8회 차는 지난주 일요일인 24일에 발행되어야 했으나, 크리스마스 이브를 너무 거나하게 보낸 탓 인지 그날이 일요일인 것조차 깜빡해 버렸다. 그렇다고 대단히 특별하게 보내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인지라 그냥 마음껏 즐겨버렸다.
다음날 눈을 떠 휴대폰 시계를 보다가 문득 약속된 날짜를 놓쳤다는 생각에 잠시 좌절했지만, 애초부터 이 브런치 북의 연재 목적은 어설프고 엉성하더라도 꾸준한 습관을 들이는 것에 가장 방점을 두고 있기에 좌절감 따위 금세 툭툭 털고 일어났다. 어차피 월요일에도 발행해야 하는 글이 있어 2개의 글을 한꺼번에 적을까도 잠시 고민했으나 크리스마스 당일을 온전히 누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마냥 놀고 싶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괜한 오버페이스가 꾸준함에 독이 된다는 걸 안다. 그래서 8회 차 글쓰기는 과감히 이번 주로 토스했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연휴를 아주 늘어지게 보내며 충분히 충전했으니, 돌이켜보아도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참여자는 혼자 뿐이지만 나름 '꾸준 챌린지'를 하고 있는 1인으로서, 도전 2달 차가 된 최근 많이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밸런스를 지키는 게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꾸준히 하고 싶다는 욕심만 앞서 균형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면 사소한 오버페이스로 인해 자칫 쌓아온 리듬을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난 지금처럼 머리를 싸매며 글을 쓰고 난 뒤, 혹은 깊이 사색하는 책을 읽은 뒤엔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예능 콘텐츠를 보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해 먹는다.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니었고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곤 했는데, 아마도 내겐 그것이 균형을 만들어주는 조합이었나 보다. 덕분에 머리가 지나치게 복잡해지지도 단순해지지도 않은 채 꽤 기분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경우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 요가의 여러 종류 중 내가 주로 하는 '아쉬탕가 요가(Ashtanga yoga)'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내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다른 수련도 꼭 병행한다. 역동적인 호흡과 상대적으로 높은 근력을 필요로 하는 아쉬탕가와 반대로 느린 호흡과 근육 이완을 중심으로 하는 수련을 하다 보면 오히려 아쉬탕가의 아사나(Asana, '요가 자세'를 뜻하는 말)가 더욱 깊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지나친 근육 사용으로 인한 부상도 방지할 수 있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단짠단짠', 건강에는 최악이겠지만 맛으로서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환상의 조합이다. 단짠이 유독 인기인 이유는 미각이 양극단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 전에 두 가지 맛이 잽싸게 와리가리 랠리를 이어가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데다가, 상극의 맛이 합쳐지며 생기는 오묘한 조화가 대단히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솔티 캐러멜 만세) 이런 강력함 덕분에 뷔페에서 끊임없이 먹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난 이 '단짠' 전략을 인생에도 적극 활용해보려고 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꾸준히 해야 할 때 그 반대 선상에 있는 일도 반드시 함께 하면서 마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단/짠의 각 매력이 배가 될 것이고, 태생적으로 무언가에 쉽게 지루해하는 성격 역시 보완해 줄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두 맛의 전체적인 조화가 시너지를 내어 내 인생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단짠은... 과학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