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얀색 그릇을 좋아한다.
미니멀 살림 일기
15평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을 했었다.
혼수로 구입했던 그릇은 모던하우스에서 3만 원대 4인 식기 세트였다.
아무 무늬가 없는 투박한 하얀색.
굴곡 없는 설거지가 편한 그릇.
세월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게 내 취향이었다.
깨져도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저렴한 가격.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하얀색.
간혹 하나가 깨지더라도 하얀색만 맞춰 구입하면 감쪽같다.
남편은 들으면 알만한 호텔의 15년 경력 한식 셰프다. 쉬는 날이면 가족들을 위해 요리도 곧잘 해주는 편이다. 다행히도 남편은 그릇을 모으는 취미가 없고 나도 그다지 그릇 욕심이 없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해서 제일 먼저 시도하기 좋았던 공간이 주방이었다.
남편의 지분이 약간은 있는 공간이지만
주로 내가 쓰는 물건이다 보니 사용할지 안 할지가 다른 공간에 비해 명확했다.
나의 취향을 제대로 알아야 시행착오가 없다.
그릇이든, 가전이든, 이불이든, 옷이든..
한번 구입하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것들이니 신중해야 한다. 직장 동료분께 결혼선물로 받은 꽃무늬 접시는 아직도 나를 따라다닌다. 비우는 게 능사는 아니니 열심히 써보려고 한다.
얼마 전에 하얀색 파스타 그릇 4개를 9900원에 구입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물건 하나를 살 때마다 가격 불문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남편은 촌스럽다했지만 쓰임이 다양해서 나는 너무 만족스럽다. 파스타도 담을 수 있고 나의 최애 음식인 주꾸미 볶음과 비빔면을 담아 먹기에도 좋았다. 가격도 참 착했다. 앞으로 10년은 같이하겠지..
딱 필요한 그릇만 추려 자리를 만들어주니 늘 같은 자리를 잘 유지하고 있다. 설거지하고 물기가 마르면 제자리에 쏙쏙 넣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 맛에 미니멀 라이프 하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