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떠나는 사람들, 남는 그림자

by 조수란

세상의 모든 만물은 생겼다가 사라지고, 나타났다가 이내 흩어진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태어난 날이 있듯, 언젠가는 떠나는 날도 반드시 찾아온다. 소리는 울렸다가 사라지고, 냄새는 머물다 스러진다. 몸에 난 상처는 아물고, 머릿속의 생각도 잠시 머물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새로 지은 아파트가 시간이 흐르며 낡은 건물이 되고, 결국 허물어지듯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는 모두 무에서 와서 유를 살다가 다시 무로 돌아간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생각도 내가 아니고, 육체도 내가 아니라고 말한다. 본래의 나는 아무것도 없는 ‘진아’라고 한다. 텅 빈 그릇 같은 존재. 그 안에 불안과 두려움, 슬픔과 고통, 기쁨과 성공, 부와 풍요 같은 수많은 감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담겼다 비워진다. 그래서 오늘의 내 마음도 늘 흔들린다.


오늘도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회사를 떠났다. 이유는 스트레스였다. 내 마음도 함께 흔들렸고, 나 역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책임이라는 쇠사슬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선택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떠나는 사람에게도, 남는 사람에게도 각자의 이유와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늘 바깥이 아니라 내 안이었다. 누구 때문인지, 어떤 상황 때문인지 따지기 전에 그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부터 들여다봐야 했다. 내 안의 불안과 분노, 두려움이 바깥의 사건과 겹쳐질 때 나는 더 깊이 흔들린다. 마음의 색안경을 벗지 못한 채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언제나 그 색 그대로 보인다. 그 순간 한 발짝만 물러나 바라볼 수 있었다면, 내 선택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나 역시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만 예전처럼 휘둘리지 않으려 애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 감정에 이렇게 흔들리는가?” 예전의 나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문제 푸는 법은 배웠지만, 마음을 다루는 법은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마음이 먼저 병들고, 몸이 그 뒤를 따른다.


이제 나는 독서와 글쓰기로 나를 비운다. 읽고, 쓰고, 다시 비우는 이 반복 속에서 숨을 다시 고른다. 쓰지 않으면 숨을 들이마시기만 하는 것처럼 답답해진다.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을 흰 종이 위에 내려놓고 나면 비로소 내 안이 조금은 조용해진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나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


부자도 마찬가지다. 숨을 들이마시면 내쉬듯, 벌면 흘려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모으기만 하고 쓰지 못하는 돈은 결국 또 다른 불안이 된다. 진짜 부자들은 베풀 줄 알고, 돈을 기분 좋게, 가치 있게 쓴다.


나는 지금도 자유를 얻기 위해 자유를 유예하고 있다. 가족과 웃고, 함께 밥을 먹고, 평범한 하루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직장에 간다. 돈나무는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는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그 시간을 건너는 중이다.


가난도, 부도, 결국은 내 생각이 만든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의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가 내 미래의 방향이 된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내 삶을 소모하고 있는가, 아니면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들며 돈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만큼은, 오늘도 정직해지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7) 회사에서 배우는 가장 무서운 공부,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