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회사에서 배우는 가장 무서운 공부, 업

by 조수란

나는 그동안 여러 회사를 다녀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디를 가든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꼭 ‘꼰대’는 한 명씩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 직원들은 계속 바뀌고, 누군가는 하루도 못 버티고, 누군가는 한 시간 만에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진다. 남은 사람들은 불평하고, 상사는 머리가 지끈거리고, 분위기는 늘 어수선하다.


지위와 권한을 가진 사람은 그 자리가 주는 힘에 취해 자신을 한껏 높인다. 때로는 그 권한을 지나치게 휘두르며 아랫사람의 자존심을 무심히 긁어놓는다. 그 상처는 쌓이고, 사람은 점점 자기 자신마저 갉아먹게 된다. 그럼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될까? 어쩌면 급한 마음,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불안, 내면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가 말과 태도로 그대로 흘러나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둥이 비틀리면 집이 흔들리듯, 조직에서도 한 사람의 말이 흔들리면 분위기는 금세 불안정해진다. 거기에 말이 많은 사람이 한 명 섞이면, 생각은 휘발유처럼 번지고, 발 없는 말은 날개를 달고 온 회사에 물감처럼 번져 나간다.


그에 반해, 진정한 리더는 다르다. 차분하고, 열린 마음으로 직원의 말을 듣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대한다. 잘한 건 아낌없이 칭찬하고, 배울 점이 보이면 먼저 인정한다. 그래서 그런 리더의 곁에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억지로 따르는 게 아니라, 기꺼이 함께 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말투 하나, 표정 하나, 태도 하나가 인간관계의 깊이와 넓이를 결정한다. 어느 책에서 부자들은 ‘인간관계를 자산으로 본다’고 했다. 그래서 먼저 베풀고,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나누며, 신뢰를 차근차근 쌓는다고 한다. 그들은 말보다 귀를 먼저 내주고, 늘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우리는 매일 ‘씨앗’을 뿌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한 마디 말로 상처의 씨앗을 심고, 한 번의 배려로 신뢰의 씨앗을 심고, 무심한 태도로 불신의 씨앗을 심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희망의 씨앗을 심는다. 그리고 그 씨앗은 언젠가 반드시 자라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불교에서는 이번 생을 ‘다음 생을 설계하고 보수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마치 거울 속의 내가 다음 생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다시 비쳐진다는 뜻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다음 생이 있긴 한 걸까? 그건 죽어봐야 아는 거 아닐까?” 나 역시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인간은 보이는 것만 믿는 존재이니까.


하지만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만약 다음 생이 없다면, 지금 이대로 끝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사후 세계가 있고,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는 ‘설마’ 하던 마음이 ‘아차’ 하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해본다. 다음 생이 있다고 믿는 편이, 오히려 이번 생을 더 충만하고 따뜻하게, 더 조심스럽고 성실하게 살게 만들지 않을까.


왜냐하면 다음 생에는 이번 생에 내가 지은 구업, 신업, 의업이 메아리처럼 그대로 돌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구업, 즉 ‘입으로 짓는 업’은 그 무게가 크다고 한다. 혀를 함부로 놀려 누군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는 일, 험담, 이간질, 거짓말 같은 말들이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깊은 흉터를 남기는지 우리는 이미 회사라는 공간에서 수없이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일상에서 예쁜 말을 쓰는 습관, 바른 언어를 선택하는 태도,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내면에서부터 정직한 말과 행동으로 나를 다스리는 일.


우리가 아무리 큰 집에 살고,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죽는 순간 차지하는 공간은 한 평 남짓한 침대 하나뿐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모두 한 줌의 흙이 된다. 그래서 더더욱 숨 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오늘도 살아 있다는 것,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 하루를 무사히 건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


덕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될수록 마음의 그릇은 조금씩 커지고, 그 안에 담기는 세상은 점점 더 넓고 따뜻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이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좋은 리더와 좋은 인간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배우고, 실패하고, 돌아보고, 다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이다. 이번 생에 심어 둔 씨앗은 다음 생의 삶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씨를 뿌리듯 살아야 한다. 말의 씨앗, 마음의 씨앗, 신뢰의 씨앗, 존중의 씨앗을.


그리고 오늘, 나는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씨앗을 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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